맛집/먹거리 자료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축복의 땅, 구례

박연서원 2011. 7. 14. 18:18

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지리산의 정기를 받은 축복의 땅, 구례

2011.07.06

 

 

 

 


지리산의 서쪽 자락을 지키고 있는 구례. 결코 넓지 않은 일개 군임에도 주변 볼거리가 참 많은 곳이다. 노고단, 피아골로 이어지는 명산 지리산의 위엄은 말할 것도 없고 일명 ‘할아버지산수유 나무’로 불리는 산수유 시조목이 있는 산동면 일대는 국내 최대 산수유 마을로 매년 봄이면 산수유 축제를 열고 있다. 운이 좋게도 구례를 처음 갔을 때는 산수유 꽃이 피는 이른 봄, 비가 그친 바로 뒤였다. 밝고 노란 산수유 꽃이 만발한 아늑한 구례와의 첫 만남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 인상 깊었다. 지리산과 인접한 구례는 지리산 대표 사찰인 화엄사를 비롯해 천은사 등 크고 작은 사찰의 영향으로 사찰 음식과 산채 이용 음식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 그리고 일찍 밀농사에 관심을 쏟아 우리밀 명품화에 기여하는 대표 지역으로도 역할을 하고 있다.


 야생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구례농업기술센터 내 3천여 평으로 조성된 야생화학습원을 한번쯤 들러볼 만 하다. 후원의 꽃농사와 온실의 각종 야생화, 연꽃연못 등 몇 시간을 돌아도 야생화스토리가 계속 되는 곳이다. 산수유꽃이 진 여름 초입의 봄이라면, 마산면 일대의 양귀비꽃 단지에 빨강, 분홍, 하양, 주홍 등 화사한 붉은 밭이 열린다. 꽃밭도, 그 안에서 카메라셔터를 눌러대는 커플들도 어찌나 어여쁜지 모른다. 작은 고추가 맵듯, 작은 크기의 구례에는 깊은 역사, 지리산의 정기, 오랜 맛 등 테마를 잡아 돌아볼 여행거리가 무척 많다. 구례에 가서 들를만한 구례읍과 화엄사 근처 맛집을 정리해봤고 지리산을 끼고 남원으로 들어가면서 쉬어갈 만한 갤러리와 카페도 소개해본다.



비취빛 수제비 국물
<부부식당>


다슬기, 올갱이, 고동, 대사리 모두 같은 말이다. 예부터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다슬기는 숙취해소를 비롯해 간에 좋다 해서 각광을 받는 패류인데, 부부식당은 다슬기만으로 수제비와 탕을 끓이는 다슬기전문점이다. 점심시간이면 방마다 수제비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가득하다. 수제비는 밥처럼 금방 퍼서 줄 수 있는 음식이 아니고 일정 인원의 분량만큼 끓여 내오기 때문에 방안의 상 앞에는 수저만 놓고 한 그릇의 수제비를 맞이하는 기다림의 수행자들이 많다. 드디어 푸른 빛이 감도는 수제비 한 그릇이 나왔다. 합(合)이라 할 만큼 잘 어울리는 다슬기와 부추, 부부식당 수제비에는 부추가 많이 들어가 푸른 국물을 더욱 푸르게 하고 있다. 다슬기도 제법 많이 들어있다. 음식에선 붉은 계통의 색이 식감을 살린다고 하지만, 다슬기수제비는 푸른 빛임에도 식욕을 그렇게 땅기게 할 수가 없다. 수제비밀가루 반죽으로 인해 약간 걸죽해진 푸른 다슬기 국물을 나도 모르는 사이 계속 먹게 되어 금새 바닥을 보게 된다. 묵은 김치만으로도 충분한데, 파나물, 갓김치, 콩나물 등 일곱 가지나 되는 제철 반찬이 나오는 걸보고 역시 남도 식당임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수제비는 우리밀로 만들었고 다슬기의 양에 따라 보통과 특으로 나뉜다.


메뉴 다슬기수제비 7천원(보통), 1만원(특), 다슬기회무침 2만5천원부터
전화 061-782-9113
주소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299-34



술을 아니라 주인장의 인심을 먹고 마신다
<동아식당>


구례에서 술 좀 한다는 애주가라면 이곳을 모를 수가 없다. 일명 ‘동아집’으로도 불린다. 대낮에  찌그러진 양판에 벗겨진 검은 글씨로 쓰여진 ‘동아식당’이라는 간판을 보면 초라함이 아주 가관이다. 비바람만 조금 세게 몰아치도 바로 쓰러지고 말 것 같다. 안에 들어간다고 바깥에서 보던 초라한 분위기가 가시는 건 아니다. 손때 묻어 마구! 자연스러운 주방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요즘 멋진 레스토랑에서 보는 것처럼 오픈 주방이기는 하나, 동아식당은 마치 내가 시골 아줌마가 반찬 만드는 부엌 안에서 먹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메뉴가 안보인다. 알고 보니 주인아줌마께 물어본 뒤 합의 본 메뉴를 먹는 것이다. 70여년 동안 이렇게 술과 안주를 팔아왔는데, 주인장은 세차례 바뀌었어도 식당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독특한 선술집이다. 누구든지 와서 제일 먼저 시키는 메뉴는 가오리찜. 찐 가오리 한마리 옆에 삶은 부추가 가지런히 놓이고 양념장이 얹어 나온다. 붕어 같은 잔가시는 목에 걸려도 가오리처럼 굵은 뼈는 신나게 씹어먹을 수 있기에, 부드러운 가오리 살과 오독오독 씹히는 가오리뼈를 가리지 않고 먹으며 막걸리 한잔 걸치면 된다. 동아식당 음식을 먹다 보면 당근의 주홍빛이 그렇게 화려한 고명이었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된다. 밑반찬처럼 따라 나오는 달걀후라이에까지 아낌없이 넣은 당근채와 파가 제대로 고명역할을 한다. 가오리찜이 떨어질 때쯤 조기매운탕 같은 국물음식을 시키면 밥도 술을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 된다. “한술 한다고 호언장담하는 애주가님들, 구례에선 동아집에 가는 것이 바로 통과의례입니다.~~” 

메뉴 가오리찜, 조기매운탕 등 (음식과 술을 합친 가격은 주인 맘대로 최종 통보한다. 절대 비싸지 않으니 걱정말길)
전화 061-782-5474
주소 구례읍 봉동리 축협하나로마트 옆



맑은 국물 안의 깔끔한 내장
<목화식당>



‘집에서 끓이면 이 맛이 안나.’ 라는 말을 종종 한다. 흔히 탕요리를 두고 주로 들어온 말이다. 물론 국물은 많은 양을 끓여야 제 맛이 나지만 그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끓여야 된다. 바로, 30년을 넘게 끓여온 내장탕 국물이 있다. 내장탕이라고 해서 순대국밥처럼 진하고 탁한 국물을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주식곰탕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은 곰탕의 맑은 국물에 매료되곤 하는데, 목화식당 내장탕도 맑은 국물이 기본이다. 허파, 곱창, 위, 염통 등 각양각색의 내장과 사각형으로 가지런히 썰어진 선지가 한 그릇 안에 담겨있다. 곱창도 밀가루로 정성껏 손질하는 기본을 지켜오기에 기름기가 없고 국물이 탁하지 않다. 미나리, 콩나물, 파가 충분이 들어있는데도 살짝 양념한 싱싱한 부추를 더 넣으라고 따로 한 접시가 나온다. 간이 되어 나온 국물이 좀 짜다는 것 외에는 깊고 맑은 국물이기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랑 받고 있다. 오로지 소내장탕에만 집중하는 곳이니 이른 새벽 든든한 해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더욱 찾아볼만하다.


메뉴 소내장탕 7천원
전화 061-9811-9171
주소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읍 481-5

우리밀생산과 가공의 선두, 구례에서 만든 국수집
<우리밀전문점>


이제 우리밀란 단어가 낯설지 않다. 그 동안 일반밀가루에 비해 가격이 서너배가 비싸고 생산량이 많지 않았던 우리밀이 국제곡물가의 상승과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사회인식의 변화로 점점 경쟁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 구례 광의면의 ‘우리밀영농조합법인’에서 운영하는 우리밀가공공장은 우리밀 생산과 가공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구례 우리밀을 가지고 전문 국수집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칼국수를 시키면 바지락조개 국물에 넓적한 칼국수 생면이 가지런히 나온다. 미끌미끌 쏙쏙 넘어가는데 화려한 맛도, 멋진 담은새도 아닌데 군더더기 없는 국수 맛이 부담이 없다. 여름철에는 국물만 마셔도 든든한 콩국수도 인기다. 식당 옆의 ‘구례장터’매장에서는 구례에서 직접 가공한 우리밀 건면칼국수, 우리밀라면, 우리밀밀가루 등이 전시 판매되고 있다.


메뉴 칼국수 6천원, 냉콩국수 6천원
전화 061-781-5700
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냉천리 282-1


지리산 화엄사 앞 산채맛집

가공하지 않은 수수한 밥상
<그옛날산채식당 (지리산욕쟁이할머니)>


푸짐한 한상 정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할머니네 정식상을 받으면 실망할 지도 모른다.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다른 집과 차별화된 반찬 접시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참나물무침, 달걀찜, 간장빛깔의 진한 무장아찌, 마늘쫑무침, 고구마순볶음, 고사리나물 등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형상이다. 그런데 공기밥이 절반 정도 비워질 때쯤 되면 진한 현대적인 양념을 가미하지 않은 시골 할머니집 밥상이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유명 남도 한정식에 비해 가짓수는 적지만 무장아찌, 깻잎장아찌 등 조선간장 맛을 내며 짜야 되는 반찬은 제대로 짜고 된장찌개는 진한 시골된장 맛이고 미나리, 취나물, 머위대나물 등은 슴슴하다. 다 먹고 나면, 평소에 맵고 짜고 달고 기름기 있는 맛에 빠져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래도 중년이상의 취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가끔 욕 잘하는 손맛 좋은 할머니들의 내공을 확인한 적이 있던 터라, 이 곳 할머니 욕솜씨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꼭 들어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번엔 욕을 먹고 오진 못했다. 화엄사 입구길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다.


메뉴 산채정식 1만원
전화 061-782-4439
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344

한 상에 올려진 산채나물이 흐뭇하다
<백화회관>


화엄사 인근 전통을 자랑하는 산나물 한정식집이다. 시간의 때가 묻은 한옥에 지붕과 외벽은 다시 손을 봤지만, 안에 들어가면 복도마루 등 옛집에 들어온 분위기가 물씬 난다. 아는 집 시골 방에 들어온 듯 앉아 있다 보면, 한 상 가득 놓인 산나물 상이 들어온다. 취나물, 죽순, 머위대 등 봄이면 봄, 겨울이면 겨울, 생나물과 마른 나물의 구색을 잘 살려 상이 차려져 나온다. 거기에  가죽부각, 김부각은 특히 별미의 맛을 더한다. 다양한 나물이 나온 상차림 자체는 ‘보통’ 상과 같고 거기에 갈비찜, 더덕구이 등 일품요리 몇 가지 더해진 것이 ‘특’상이다.


메뉴 산나물한정식 9천원(보통), 1만8천원(특)
전화 061-782-4033
주소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황전리 397-1


지리산을 끼고 돌다 보면 만나는 갤러리와 카페

또 다른 지리산을 한눈에 본다
<길섶 갤러리>


구례의 천은사 입구를 지나 지리산을 끼고 돌다 보면 하늘아래 첫 동네라는 심원마을을 지난다.
그 뒤 한참을 남원 방향으로 내려가다 보면 길섶이라는 사진 갤러리가 나온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지리산에 필이 꽂혀 실상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터를 잡았단다. 이 곳은 해발은 높은 산지에 직접 황토집과 갤러리를 지어 살고 있는 강병규 산악사진가의 보금자리다. 갤러리에서는 또 다른 지리산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지리산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뿐 아니라 지리산의 아침과 안개, 해뜸과 해짐은 이런거구나 하고, 그의 사진들을 보면서 연신 감탄을 하게 된다.  지리산을 이리저리 훑으며 10여 년간 찍은 사진을 둘러본 뒤, 갤러리 옆 아담한 사랑방에서 차 한잔을 할 수도 있다. 갤러리 안에 아무도 없으면 스스로 차를 타서 마시면 된다. 차값은 내도 그만 안내도 그만인데, 모아진 차값은 갤러리 조성의 후원금으로 역할을 한다.

전화 : 010-5280-9584
주소 :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18-14



고옥에서 맛보는 빙수 한그릇
<소풍>


갤러리 길섶과 세트처럼 갈 수 있는 카페가 바로 ‘소풍’이다. 실상사 맞은편 길가의 위치한 아담한 한옥 입구에 ‘지리산에서 차 한잔 소풍’이라는 이름의 나무간판이 걸려있다. 오랜 한옥의 대들보와 기둥을 건들지 않고 내부를 카페로 꾸며놓았다. 조각을 한다는 주인장의 솜씨와 센스가 여기저기 엿보인다. 참 편하다. 내부엔 툇마루 위쪽의 방도 있고 마루 아래 테이블도 있다. 테이블 주위에는 지리산의 산신령 같은 폼으로 고양이가 여유잡고 돌아다니기도 한다. 메뉴는 일반 카페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더운 날 간다면 팥빙수에 꼭 도전을 권한다. 고운 얼음의 럭셔리 빙수는 아니지만 듬뿍 담긴 팥에 호박씨 등 여러 가지 고명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다. 빙수와 오룡차  한 잔만 마셨을 뿐인데, 소풍에서의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 있었다.


메뉴 팥빙수 5천원(2인 8천원), 녹차, 오룡차 5천원, 아메리카노 3천원, 과편&양갱(상시 메뉴에 있으나 주인이 부지런한 날에만 먹을 수 있다.)
전화 010-2474-1070
주소 전북 남원시 산내면 백일리 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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