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 삼합, 들어 보셨나요
중앙일보 | 김영주 | 입력 2011.01.21 00:10
[중앙일보 김영주.김성룡] 겨울 바다는 유난히 시리고 푸르다. 그러나 그 바다 밑에는 진귀한 갯것이 꿈틀거린다. 모진 겨울바람 견뎌낸 어부와 갯마을 아낙의 수고를 거쳐 그 진귀한 갯것이 오늘 우리 밥상에 오른다. 겨울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금쪽같은 갯것을 풀어놓는다.
글=김영주 기자 < humanestjoongang.co.kr >
사진=김성룡 기자 < xdragonjoongang.co.kr >
# 달짝지근한 해남 굴
전남 해남 와룡리 앞 개펄에 해가 뜨는 시각, 한 아낙이 망태 꾸러미를 이고 굴밭으로 나가고 있다. 와룡리아낙들은 겨우내 개펄에서 산다.
두륜산 아래 용이 드러누운 마을, 전남 해남 와룡리. 마을 앞 54㏊의 개펄은 겨울이면 굴 수십t이 나는 보고다. 가슴까지 차는 물 장화를 신고 개펄을 1㎞ 이상 걸어 들어가야 비로소 굴밭을 만난다. 겨울 굴밭은 때 아니게 푸르다. 굴이 박혀 있는 개펄에 파래·감태가 몰려와 융단을 펼치고 있어서다. 푸른색 개펄 너머엔 땅끝에 솟아 있는 달마산이 이마에 흰 눈을 얹고 있다. 예상치 못한 장관이다. 하나 와룡리 이장 조정현(47)씨는 "굴이 크는 데 지장은 없다"며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파래·감태가 바다를 뒤덮을 정도라는 건 그만큼 개펄이 살아 있다는 뜻일 터다. 개펄에서 자란 굴은 성장이 더디다. 물에 잠기면 성장하고 볕을 맞으면 멈춘다. 물속에 잠겨 있는 양식 굴보다 자연산 굴이 비린내가 덜하고 단맛이 세다.
단단한 굴 껍질 속에 알알이 박힌 굴. 와룡리 굴은 자연산임에도 알이 굵다.
마을 어귀 집 마당에서 굴을 까고 있는 박해순(82) 할머니를 만났다. 시집 오면서부터 이 일을 했단다. "여기 굴은 달짝지근혀. 개펄에서 오래 살았거든." 와룡리 굴은 보통 4∼5년산, 큰 것은 10년 이상 된 것도 있다. 볕을 맞으면 반짝반짝 빛나 돌꽃, 다시 말해 석화라 불리는 굴 껍데기에 나이테가 선명하다. 할머니가 굴 까는 모습이 힘겹다. 해남에선 "조세로 조사야 한다"고 부른다. 조세는 굴 껍질을 두드려 알맹이를 꺼내는 꼬챙이 달린 호미다.
● 집에서 먹으려면
택배로 보내준다. 대신 1주일 전에는 주문해야 한다. 이장 조정현(061-533-8520)씨와 부녀회장 천미선(061-533-1356)씨가 창구다. 한 되(2㎏)에 3만원.
# 사르르 녹는 여수 삼치 삼합
전남 여수의 삼치회는 겨울철에만 난다. 생 김에 삼치·밥·묵은지를 싸서 먹는 '삼치삼합'은 겨울철 최고의 별미다.
전남 여수 시내의 한 막걸리 집. 수산물시장에서 고기를 파는 김진수(52)씨가 삼치 삼합을 시연한다. "김에 밥을 한 숟갈 얹고 여기에 삼치 한 점, 묵은지 한 점 얹고 된장 착 발라서. 자, 요렇게." 품평 또한 걸쭉하다. "요놈 다섯 볼태기만 하고 나믄 밤새 술 묵어도 안 취해부러." 따듯한 밥알 위에 놓인 삼치 살이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는다.
삼치는 가을걷이가 시작되는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끌낚으로 낚는다. 삼치는 끌낚으로 잡아야 제 맛이다. 갑판 위로 솟은 장대에 공갈 미끼를 달고 낚싯줄을 늘어뜨리면 움직임 좋은 삼치가 달려와 덥석 미끼를 문다. 스트레스를 최대한 덜 입히고 산채로 잡는 방법이다. 한겨울 끌낚으로 잡은 삼치는 여수 거문도 바다가 유일하다.
삼치는 큰놈이 으뜸이다. 생선구이집에서 나오는 어린 삼치는 고시, 중삼치는 야나기로 불린다. 길이가 70㎝ 이상은 돼야 삼치로 친다. 단백질 덩어리여서 클수록 맛있다. 횟감으로 썰어놓으면 빨갛고 노란 부위가 뱃살, 푸른빛이 나는 데가 등살이다. 잡아서 하루 정도 숙성시킨 뒤 먹어야 제 맛이 우러난다.
● 집에서 먹으려면
삼치는 여수에서도 귀하다. 택배로 주문할 수 있는 곳은 더 귀하다. 여수 수산시장에 있는 거북수산(061-663-8588)에서 썬 삼치를 얼음 포장한 뒤 택배로 보낸다. 가격은 3㎏ 3만원.
# 바다의 갈비, 통영·남해 물메기
통영·남해 지역의 겨울 특산물인 물메기로 끓인 탕. 토실토실한 물메기 살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경남 통영 여객선터미널 앞 서호시장은 한겨울에도 봄 기운이 새록새록 난다. 겨울에 나는 대구·물메기는 물론이고 봄에 나는 멸치가 좌판 위에 올라와 있어서다. 시장통 분소식당은 상인들이 장화를 신은 채 들어와서 밥을 먹는 토종 음식점이다. 철마다 제철 갯것으로 탕을 끓어내는 분소식당의 요즘 메뉴는 물메기탕이다.
시어머니를 이어 주방을 맡은 김명숙(46)씨의 솜씨가 야무지다. 수족관에서 물메기를 꺼내 탕을 끓여 손님상에 내놓기까지 5분이 채 안 걸린다.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대파·무·고춧가루를 넣으면 끝이다. 김씨는 "물메기 자체로 시원한 맛이 난다"고 말한다. 이어 "흐물흐물한 껍질과 뼈 속에 들어 있는 살을 발라 먹어야 제대로 먹는 것"이라고 귀띔도 한다.
경남 통영 서호시장에서 어물을 말리는 풍경. 가자미가 한껏 볕을 받고 있다
경남 남해에서도 물메기가 많이 잡힌다. 남해 사람들은 예부터 물메기찜을 즐겨 먹었다. 집집마다 빨랫줄에 물메기를 말려 꾸둑꾸둑한 상태가 되면 찜을 한다. 가천마을 조정자(65)씨의 조리법은 단순하다 못해 허탈할 정도다. 말린 물메기에 된장을 발라 찜통에서 10분쯤 찌면 끝이다. 다른 양념도 없다. 특별한 맛은 역시 좋은 재료와 단순한 조리법에서 오는가 보다. 한 입 뜯었더니, 맛이 기가 막히다. 뼈 속에 든 살을 발라 먹을 땐 갈비 뜯는 맛이 난다. 비린내가 전혀 없고 육질이 차지다.
● 집에서 먹으려면
물메기탕을 배달시킬 수는 없는 노릇. 포구로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대신 말린 물메기는 택배로 받을 수 있다. 통영 분소식당(055-644-0495), 남해 다랭이맛집(055-862-8166)에서 가능하다. 한 축(10마리)에 10만∼20만원.
# 겨울의 진객, 거제 대구
겨울 진객이라 불리는 생대구로 끊인 탕. 구불구불 말려 있는 것이 대구 수놈의 정소주머니인 곤이다.
거가대교가 지나는 경남 거제도 외포리 앞바다는 겨울철 대구의 산란처다. 러시아 연안에서 내려온 대구가 여기서 알을 낳고 죽는다. 산란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잡혀온 놈들이 이튿날 외포항 위판장으로 나온다. 하루에도 대구 수천 마리가 여기서 경매된다. 4~5㎏ 두 마리 한 상자에 4만~5만원. 금값 버금가는 가격이다.
보통 생선은 암컷을 더 치지만 대구는 예외다. 대구탕의 감초, 곤이 때문이다. 곤이는 대구 수놈이 품고 있는 정소 주머니다. 흑산도 사람들이 싱싱한 홍어 애 한 점 먹으려고 홍어 한 마리 잡는다는 말이 있듯이, 거제도 사람들은 곤이를 얻으려고 대구 배를 가른다. 곤이가 들어가야 대구탕이 뽀얗고 개운한 맛을 낸다. 반면에 암놈 대구는 서럽다. 배 속이 터질 정도로 알을 품은 채 잡혀왔지만, 결국 알은 버려진다. 탕에 넣으면 딱딱해져 맛이 떨어진다.
경남 거제 외포리 수협위판장에서 대구는 경매 가격으로 한 상자에 4만~5만원 선에 거래된다. 배 부른 놈이 암놈, 늘씬한 놈이 수놈이다. 보통 암수 짝을 지어 한 상자에 담는다. 대구는 암놈보다 수놈이 더 비싸다. 대구탕의 감초인 곤이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탕 재료는 간단하다. 대구 살 잘라 넣고 곤이 두어 덩어리, 대파 한 움큼이 전부다. 역시 시원한 맛을 내기 위해서다. 생물을 잡아 끓인 대구는 입안에서 살살 녹고, 본래 부드러운 곤이는 더 연해져 씹을 새도 없이 훌쩍 넘어간다. 대구 정자 수억 마리를 냉큼 삼킨 것 같아 미안하다. 요즘 외포리 대구탕 집은 연일 미어터진다. 거가대교 개통 이후 지난해에 비해 손님이 두 배 늘었다.
● 집에서 먹으려면
외포리에는 대구탕 전문점이 6곳 있다. 양지바위횟집(055-635-4327), 부두식당(055-635-6098), 중앙식당(055-635-6026), 국자횟집(055-635-6023), 등대횟집(055-636-6426) 모두 택배가 가능하다. 손질하지 않은 채 보낸다. 2마리 상자에 5만∼10만원. 거제호망협의회(김용호 사무장 010-3872-5085)에도 주문할 수 있다.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맛집 > 먹거리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국수 (0) | 2011.02.07 |
---|---|
만두 (0) | 2011.02.01 |
무한 리필 회전스시 뷔페 ‘마토이’ (0) | 2011.01.20 |
나주 五味 (0) | 2011.01.10 |
오감 만족! 겨울 별미 여행지 (0) | 2010.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