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먹거리 자료

청송 산오징어

박연서원 2010. 11. 5. 11:31

[어수웅기자의 소박한 맛집]

징하다 기다리기진하다 오징어 맛

딜레마가 있다. '착한' 가격의 맛있는 요리를 먹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자발적 불편. 바로 줄서기다. '그' 가격에 '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영세한 식도락가라면 우선순위에 놓을 일이기 때문이다. 사당역 맛집골목의 '청송 산오징어'도 그 자발적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집. 테이블은 6개, 의자는 24개에 불과하다. 물론 날 더워지기 시작하는 이맘때부터는 식당 앞 수조 옆에 야외 테이블 2~3개를 임시로 내놓기도 하지만, 그래 봐야 오십보백보. 주말이나 평일 저녁 한창때는 전화번호 남겨놓고 다른 곳에서 대기하다 자리 날 때 주인장 연락받고 달려오는 손님들이 부지기수다.

오후 3시 즈음부터 새벽 1~2시까지 문을 여는 '청송 산오징어'는 오징어회·오징어물회·오징어찜 전문점. 메뉴에는 광어나 우럭, 놀래미 등 다양한 활어들이 적혀 있지만, 역시 이 집의 주전공은 산오징어. 광어, 놀래미 등이 며칠 동안 큰소리치는 또 하나의 수조와 달리, 오징어 수조는 일일천하다. 70여 마리의 산오징어가 손님들의 부름을 받아 대부분 하루 만에 동난다. 따라서 그날의 오징어가 바닥나면, 내일을 기약하거나 다른 물고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먼저 추천하고 싶은 요리는 오징어찜. 기고만장한 오징어를 산 채로 찜기에 툭 던져 넣는다. 내장과 먹물도 제거하지 않고, 아무런 양념이나 야채도 넣지 않고 10여분 이상 통째로 찌는 통찜이다. 따라서 미학적 아름다움을 앞줄에 놓는 미식가라면 우선 견뎌야 한다. 터진 먹물과 내장이 서로 넘나들며 보여주는 색(色)의 간섭이 시각적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목만 극복할 수 있다면, 당신은 바다의 짭조름함과 오징어 특유의 쫄깃쫄깃함을 동시에 만날 수 있다. 초장과 간장, 냉이고추가 있지만 아무 소스도 찍지 말고 그 자체로 먹기를 권한다. 꽃게찜을 떠올리게 하는 이 고소하고 녹진한 바다의 맛이 오감을 자극한다.

여름 같은 5월인 요즘, 오징어물회 한 양푼도 포기할 수 없다. 깻잎, 오이, 무, 양파, 미나리 등을 푸짐하게 집어넣고 초고추장과 깨를 뿌려 얼음과 함께 큼지막한 양푼에 담아낸다. 다 먹고 난 뒤에는 국수사리(2000원)를 넣어 비벼먹을 것. 여름이어서 행복한 별미다.

가격표에 오징어회와 오징어찜은 '시가'라고 적혀 있다. 이날은 각각 한 접시에 1만8000원을 받았다. 산지가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라는데, 주인장 전영식(56)씨는 "이 장사 10년 하면서 요즘처럼 오징어가 비싼 적이 없었다"며 미안해했다. 보통 큰 놈이면 두 마리, 작은 놈이면 세 마리를 한 접시에 놓는다. 오징어물회는 정액 1만5000원. 오징어가 조금 적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갔지만 모두 맛보고 싶을 때의 팁 하나. 회와 찜을 반접시씩 구성해 한 접시로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물회를 시켰을 경우, 추가로 찜이나 회 반접시만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사당역 5번 출구 도보 5분 거리. 예약 불가. 명절만 쉰다. 잊지 마시라, 이 집은 '퇴근 후 한잔 집' 콘셉트라는 걸. 따라서 주차 불가. (02)584-5286. 맛★★★☆ 분위기★ 서비스 ★★☆ 만족도 ★★★☆ (별 다섯 개 만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