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유곡 야생화 ‘花려강산’… 인생샷도 활짝 피었네
글·사진 봉화=김동욱 기자 입력 2020-09-12 03:00수정 2020-09-12 07:13
[힐링 코리아]경북 봉화
낙동강 물줄기 따라 협곡 줄줄이… ‘작은 금강’ 청량산 그림같은 풍경
국내最高 하늘다리 서면 심장 쫄깃
亞최대 백두대간수목원 숲길 호젓… 아이 손잡고 야생화언덕 거닐수도
2018년 문을 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주제별로 꾸민 30여 개의 공간이 있는데 호랑이 다섯 마리가 살고있는 호랑이숲이 가장 인기가 높다.
《경북 봉화는 낯선 여행지다. 해발 1000m 이상 산들에 둘러싸여 있어 경북에서도 오지에 속한다. 중앙고속도로와도 다소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봉화보다는 영주와 안동 그리고 강원 산간 지역을 찾는 이들이 많았다. 이처럼 접근성이 좋지 않다 보니 봉화는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다. 그만큼 천혜의 자연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숨겨진 명소, 봉화는 야생의 자연이 살아 숨쉬고 있는 공간이다.》
○ 낙동강 물줄기 따라 흐르는 호젓한 풍경
봉화를 말할 때 국도 35호선을 빼놓을 수 없다. 춘양면, 법전면, 명호면에 걸쳐 낙동강을 따라 만들어진 약 28km 길이의 도로다. 길을 가는 내내 깎아지른 협곡, 하늘과 맞닿아 있는 봉우리, 붓으로 정성들여 그린 듯한 능선이 한 폭의 커다란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를 감상하는 건 덤이다. 운전대를 놓고 옆자리에 앉아 풍경만 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다. 눈을 떼기 힘든 풍경들이 계속 펼쳐진다.
청암정은 조선 중기의 문신인 권벌이 낙향해 1526년에 세운 정자다. 거북 모양의 바위 위에 정자를 올렸고, 물을 끌어와 섬처럼 만들었다.
낙동강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다면 강 시발점공원에 있는 ‘이나리 출렁다리’에 가면 된다. ‘두(이) 강(나리)’이 만나는 곳으로 발 아래 낙동강이, 눈앞에 초록색 산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나리 출렁다리에서 약 10분 거리에는 선녀가 노니는 다리란 뜻의 ‘선유교’가 자리 잡고 있다. 길이 120m의 다리 위에서는 낙동강 위로 청량산의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잘 보인다. 두 다리 모두 보행자 전용교로 마음껏 사진 찍기 좋다.
청량산은 해발 870m에 둘레가 40km인 크지 않은 산이다. 하지만 해발 800m가 넘는 12개의 바위 봉우리가 그림처럼 연결돼 소금강에 자주 비유된다. 청량산에서 가장 높은 장인봉에서는 낙동강 줄기와 협곡이 한눈에 보인다.
청량산은 봉화를 대표하는 산 중 하나다. 해발 870m로 높지 않다. 둘레도 40km에 불과한 크지 않은 산이다. 그러나 그 자태는 아름답다. 해발 800m가 넘는 12개의 바위 봉우리가 펼쳐져 있어 ‘작은 금강산’으로 불린다. 등반은 짧게는 2시간, 길게는 9시간까지 다양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입석에서 출발해 청량사∼하늘다리∼장인봉 코스가 일반적인 등반로다. 12개 봉우리 중 축융봉(해발 845m)만 홀로 떨어져 있어 나머지 11개 봉을 멀리서 조망하고 싶다면 축융봉 방면으로 가야 한다.
청량산 중턱에 위치한 청량사 주변에는 연화봉, 금탑봉 등이 둘러싸고 있어 아늑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선학정 또는 입석 주차장에서 청량사까지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청량사는 청량산 중턱에 있는데 금탑봉, 연적봉 등 봉들이 연꽃잎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아늑한 분위기가 새 둥지를 연상시킨다. 사찰 건물 하나하나가 계단식 논처럼 층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 보면 건물 하나하나가 떠다니는 구름처럼 느껴진다.
청량산 중턱에 위치한 청량사 주변에는 연화봉, 금탑봉 등이 둘러싸고 있어 아늑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가 흐른다.
청량사는 신라 문무왕 3년(663년)에 원효대사(617∼686)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창건 당시만 해도 이 사찰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암자가 33개 있었다고 한다. 청량산이 신라 불교의 요람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청량사는 2001년부터 산사 음악회를 처음 연 사찰이기도 하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열리지 않지만 가을마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가수들이 노래를 불렀다.
해발 826m 선학봉과 806m 자란봉 사이를 연결하는 길이 90m의 청량산 하늘다리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800m)에 설치된 현수교다.
청량사 왼쪽으로 ‘하늘다리’로 가는 길이 나온다. 약 1.5km의 올라가는 길은 계단의 연속이라 숨이 막힐 때도 있다. 하늘다리는 해발 826m 선학봉과 806m 자란봉 사이를 연결하는 90m 길이의 출렁다리다. 고도만 따졌을 땐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현수교다. 하늘다리 입구에 들어서면 양 옆으로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서 시원한 바람에 불어와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다리에 발을 올리면 약간의 흔들림과 함께 귓가에 바람 소리가 세차게 들리면서 심장이 쫄깃해진다. 100명이 한꺼번에 지나가도 안전한 다리라곤 하지만 빨리 지나가고 싶어지는 마음도 든다. 다리 건너 가장 높은 장인봉으로 가는 길도 손잡이를 잡고 올라가야 하는 가파른 계단이라 이마에 땀이 맺힌다. 내려갈 땐 아찔할 정도다. 장인봉 전망대에 서면 굽이굽이 산줄기 사이로 흐르는 낙동강과 산자락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펜션 겸 찻집인 ‘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에서는 청량산의 풍광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청량산 앞으로 흐르는 낙동강 물길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청량산의 멋진 자태를 보기 위해선 발품을 들여야 한다. 청량산 맞은편 만리산(해발 792m) 자락에 위치한 펜션 겸 찻집 ‘오렌지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에 가면 청량산을 제대로 조망할 수 있다. 2층 카페 창가에 서면 팔걸이가 있는 의자 모양의 청량산과 협곡 사이로 흐르는 낙동강 물길이 한눈에 보인다. 그 풍경은 오래도록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다. 창밖 풍경을 집에 걸어놓고 싶을 정도다. 이처럼 청량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가 된 덕분에 이 펜션은 올해 예약이 대부분 마감됐다고 한다.
○ 쉬며 걸으며 즐기는 봉화의 자연
석천계곡 주변에 위치한 석천정사는 전통 건축이 자연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뛰어난 풍경을 선사한다.
봉화는 빼어난 자연환경과 풍광으로 정자, 정사 등이 100개가 넘는다. 그중 닭실마을에 있는 청암정과 석천정사는 봉화의 대표적인 정자, 정사다. 정자는 사방이 뻥 뚫린 주로 휴식을 위한 곳이고, 정사는 벽체가 있는 공부하는 곳을 일컫는다.
닭실마을은 조선 중기 문신인 권벌(1478∼1548)이 터를 잡은 안동 권씨 집성촌이다. 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지세라고 해서 닭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청암정은 권벌이 1526년 세운 정자로 넓은 거북바위 위에 세워졌다. 물을 끌어와 정자 주위에 연못을 만들어 섬처럼 만들었다. 작지만 운치 있는 곳이어서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사색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석천계곡에 자리한 석천정사는 한여름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진다. 솔숲이 울창하고 풍광은 수려하다. 정사 앞에는 너럭바위가 있어 바위에 앉아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돌다리 건너 계곡 맞은편 의자에 앉아 가족, 연인끼리 대화를 나눠도 좋다.
2018년 문을 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주제별로 꾸민 30여개의 공간이 있는데 호랑이 다섯 마리가 지내고 있는 호랑이숲이 가장 인기가 높다.
봉화의 손대지 않은 자연을 걸으면서 느끼고 싶다면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추천한다. 2018년 문을 연 수목원은 아시아 최대 규모(5179만 m²)다. 전체 규모는 구룡산(해발 1344m), 옥석산(해발 1242m) 등을 포함한 것으로 중점적으로 가꾼 공간은 206만 m², 축구장 280개 정도 규모다. 고산지대 식물을 전시한 암석원, 계절 따라 다양한 야생화가 피는 야생화언덕 등 주제별로 30여 개 공간으로 조성했다. 규모가 넓고, 공간도 다양해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란 말이 어울린다. 구석구석 수목원을 돌아보는 데는 3시간 이상 걸린다. 트램을 타면 방문자센터에서 반대편 단풍식물원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공간은 한국호랑이(백두산호랑이)들이 살고 있는 호랑이 숲이다. 방문자센터에서 호랑이숲까지는 약 2km 거리다. 운이 좋으면 호랑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야생화언덕은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문수산(해발 1207m)과 활짝 핀 꽃들을 배경으로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다. 약 2km 길이의 수목원 숲길은 꼭 걸어볼 것을 권한다. 어린이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잘 정비돼 있다. 아직 조성된 지 2년 정도여서 수목들의 키는 생각보다 크진 않다. 그늘이 많지 않아 햇볕이 내려쬐는 한낮엔 더울 수 있다. 방문자센터와 수목원 곳곳에 비치된 우산을 이용하면 된다.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니 미리 예약한 뒤 방문하면 좋다. 방문자센터에서 팸플릿은 꼭 챙겨가자.(입장료는 어린이 3000원, 성인 5000원) 넓은 수목원을 여유롭게 둘러보며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QR코드를 스캔하면 봉화의 다양한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글·사진 봉화=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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