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박연서원 2016. 6. 9. 11:20

Piano Sonata No.8, Op.13 'Pathétique'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2,1,3 순으로 이어듣기

1. Grave - Molto Allegro 8:01

2. Adagio Cantabile 4:26

3. Rondo Allegro L 5:27

Locrian Ensemble

 

Daniel Barenboim, piano

Staatsoper, Berlin 2005

 

Wilhelm Kempff, piano

Beethoven-Saal, Hannover 1965.01

 

I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 0:00

II Adagio cantabile - 10:59

III Rondo Allegro - 16:04

Krystian Zimerman, piano

 

 

제 1 악장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 

 

Wilhelm Backhaus, piano

 

Daniel Barenboim, piano

live from Berlin 2006

 

Karol Szreter, piano

 

1악장 도입부에는 ‘그라베(Grave)'라는 지시가 붙었다. ‘매우 느리고 장엄하게’라는 뜻이다. 그렇게 교향곡적인 웅장함으로 문을 연다. 아주 드라마틱한 시작이다. 잠시 후 상승하는 음형들이 트레몰로 주법으로 펼쳐지는 첫 번째 주제, 그리고 독특한 장식음 효과를 펼쳐내면서 빠르게 날아가는 듯한 두 번째 주제가 차례로 등장한다. 악장이 끝나갈 무렵 다시 한 번 ‘그라베’의 서주를 펼쳐내다가, 빠른 알레그로 템포로 속도가 전환되면서 어두운 열정을 느끼게 하는 첫 번째 주제를 한 차례 더 연주한다.

 

제 2 악장 Adagio Cantabile 

 

Wilhelm Backhaus, piano

 

Daniel Barenboim, piano

live from Berlin 2006

 

Karol Szreter, piano

 

2악장은 느리게 노래하는 ‘아다지오 칸타빌레(Adagio cantabile)' 악장이다. 아름다운 주제 선율이 아주 느린 템포로 연주된다. 1980년대에 유행했던 팝음악 ‘Midnight Blue’에서 차용했던 유명한 선율이다. 2악장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는 아름다운 주제 선율을 느린 템포로 제시하고 변주한다. 애상감을 풍기는 단조의 부차적인 주제가 잠시 나타나는가 싶더니 다시 원래의 주제로 돌아온다. 이어서 매우 애틋한 정조를 풍기는 2부로 들어선다. 템포가 약간 빨라지면서 음악적 긴장감을 살짝 끌어올린다. ‘따따딴, 따따딴’ 하는 셋잇단음표의 반주가 곁들여지는 부분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그 셋잇단음표의 반주를 계속 이어가면서 주제 선율을 다시 한 번 연주한다. 긴 여운을 남기는 악장이다.

 

제 3 악장 Rondo (Allegro)

 

Wilhelm Backhaus, piano

 

Daniel Barenboim, piano

live from Berlin 2006

 

Daniel Barenboim, piano

 

3악장은 빨라진다. 주제가 삽입부를 사이에 두고 계속 반복되는 론도 형식의 악장이다. 악장의 시작과 동시에 연주되는, 빠르고 유연하지만 왠지 불안한 느낌이 감도는 주제의 선율이다. 잠시 삽입부가 연주되다가 다시 주제가 등장하는 장면이 모두 세 차례 펼쳐진다. 론도 주제만 잘 붙잡고 있으면 누구나 감을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음악이 살짝 잦아드는가 싶다가, 아주 강렬한 코다(종결)로 곡이 끝난다.

 

 

이 작품은 베토벤이 빈에서 1797~1798년에 완성했다. 초판은1799년 가을 에다 사에서 출판되었다. 이 소나타는 베토벤 자신이 "비창적 대 소나타(Grande Sonate pathetique)"라고 명명한 작품이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곡이 끝날 때 까지 한 순간도 귀를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8번 소나타의 작곡양식 자체가 대단히 충격적인 것이다. 8번 소나타는 그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 가장 호모포닉(단선율을 위주로하는 화성진행)한 곡이다. 선율은 명쾌하고 왼손의 반주도 극히 단순하다. 두터운 화음도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곡의 구성이 너무나 극적이고, 맹렬한 분위기와 감미로운 노래, 연주하는데 필요로 하는 기교를 훨씬 상회하는 압도적인 연주효과로 인해 극히 산뜻한 효과를 얻어 내었고 나아가 대중적인 인기까지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8번 소나타가 파격적이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작곡양식의 변화가 아니고 1악장의 제시부 앞에 커다란 서주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느린 속도를 지시하는 Grave라는 악상기호와 곡을 개시하는 C단조의 으뜸화음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이 곡의 제목인 '비창 (혹은 비애)'라는 말은 이 서주의 분위기에 의한 것이다. 서주는 점차 고조되어 오른손의 레치타티보, 빠르게 하강하는 선율로 변화하면서 Allegro di molto e con brio의 소나타형식 제시부로 돌입하게 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서주의 재료가 소나타형식의 발전부와 코다에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왼손의 맹렬한 트레몰로를 타고 등장하는 1주제는 그 예가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며, 이 주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더욱 극적이다. 2주제는 1주제의 분위기와 대조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으며, 정석대로라면 C단조의 관계장조인 E-flat장조로 작곡되어야 하지만  E-flat단조를 취해 어두운 느낌을 지속시키고 있어 소나타 작곡양식의 전형적인 형태를 조금 벗어나 있다. 하지만 2주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결국 E-flat장조가 나타나게 된다. 곡의 마무리부분에 다시 서주의 주제가 등장하고 제 1주제만을 이용해 악장을 끝맺는다.

2악장은 전형적인 가요 형식의 악장으로 나른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A-B-A의 전형적인 세도막형식, 주제의 멜로디는 대중음악에서도 자주 인용하는 친근한 것이다. 3악장 역시 전형적인 론도이다. A-B-A-C-A-B-A-coda라는 명확하고 교과서적인 론도이며 첫 악장과 같은 조성이지만 어둡고 비극적인 느낌은 찾아볼 수 없다. 선율은 어떤 것이나 쉽고, 화성적으로 교묘한 지연(delay)이 이루어져 있기는 하지만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해도 음악을 감상하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