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스트라빈스키 / 발레음악 "봄의 제전"

박연서원 2015. 10. 6. 21:04

Le sacre du printemps (The Rite of Spring)

스트라빈스키 / 발레음악 "봄의 제전"

Igor Fedorovich Stravinsky 1882∼1971

이 곡은 고대의 태양신인 ‘이아리오’에게 바치기 위해 선발된 처녀가 제단 앞에서

희생될 때까지 치르는 의식을 표현한 표제적 관현악곡으로 1부 8곡과 2부 6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I. L'adoration de la terre (The Adoration of the Earth) (00:00)
II. Le sacrifice (The Sacrifice) (15:39)
Zubin Mehta, cond.
Wiener Philharmoniker
Royal Albert Hall, London, September 7, 2005

 

François-Xavier Roth, cond.

Les Siècles

BBC Proms 2013

Royal Albert Hall, London 2013.07.14

 

Part 1 of 4

 

Part 2 of 4

 

Part 3 of 4

 

Part 4 of 4

Michael Tilson Thomas, cond.

San Francisco Symphony

 

작품배경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의 초연은 1913년 5월 29일, 빠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삐에르 몽뙤의 지휘, 니진스키의 안무로 거행되었다. 이 초연이 수습할 수 없을 정도의 일대 혼란을 일으킨 사실은 너무도 유명하다. 지금까지 그저 우아하고 온화한 음악에 익숙해 있던 빠리의 청중은 원시적이며 강렬한 리듬과 불협화음으로 가득한 스트라빈스키의 새 작품에 엄청난 쇼크를 받았다. 청중은 발장구를 구르고 휘파람을 불며 고함을 질렀다. 하도 소음이 요란하여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초연 때의 광경을 그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서주의 첫 소절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조소(嘲笑)가 터져 나는 분개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처음 한동안은 그래도 작은 편이었지만, 이윽고 불쾌하기 짝이 없는 시위가 점차 커져 드디어 연주회장을 온통 뒤엎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들에게 반대하는 고함소리도 높아 가면서 혼란하기 그지없는 사태로 번져 나갔다. 

나는 니진스키의 옷을 꽉 움켜잡았다. 그도 불같이 격분하고 있었다. 자칫하다가는 무대로 튀어나갈 기세였다. 그렇게 되면 소란은 한층 더 극심해질 것이 뻔했다. 한편 디아길레브는 조명을 끄면 소동을 멈출 수 있으리라 믿고 담당자에게 불을 끄라고 명령했다.

또 초연때 지휘봉을 들었던 몽뙤는 『회상록』에 다음과 같이 회고하고 있다.

알다시피 청중은 거의 혼란 상태에 다달아 있었다. 새 샹젤리제 극장을 꽉 메운 그들은 이 발레에 대한 비난을 격렬하게 표시했다. 1층 앞쪽의 1등석과 박스석의 상류 빠리쟝들도 발코니의 열광한 군중들에게 난폭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갖가지 표현을 동원하여 날카롭고 도발적인 저주를 외쳐 대고 있었다.

"16번가의 매춘부!" 따위의 욕설이 몇 번이고 합창으로 되풀이 오가고 백작 부인들은 참을 수 없는 모욕에 지그시 이를 악물고 견뎌야 했다.

 

◀무대 위의 바슬라프 니진스키

 

▲니진스키가 안무한 <봄의 제전> 발레 장면

 

작품구성 및 줄거리

 

 

제 1 부 : 대지에의 찬양 (8곡) Part 1 : Adoration of the Earth

 

 

 

 

 

Claudio Abbado, cond.

London Symphony Orchestra

 

제 1곡 : 서곡 (Introduction) L'adoration de la terre (Introduzione)

그로테스크한 파곳으로 시작되는 분위기는 상당히 음산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봄이란 이미지와 처음부터 정면으로 충돌하기 시작한다. 그 다음 호른, 클라리넷은 상당히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장해서 더욱 분위기가 무서워진다. 리듬과 선율이 더욱 변형되고 얽히면서 점점 더 으시시해진다.

 

제 2곡 : 봄의 싹틈과 젊은 남녀의 춤 (Dances of the Young Girls)

스타카토로 이루어진 강렬한 현과 금관의 투티는 상당히 자극적이다. 파곳의 무뚝뚝한 주제가 강렬한 리듬을 타고 나타나며 이후에 리듬은 다소 약해진다. 드디어 호른의 주제가 드러나면서 더욱 리듬은 분화된다. 이에 플룻과 바이올린 그리고 파곳이 더해지면서 격력해진다. 더욱 음량이 증가하면서 트럼펫도 가세하는 동안 다음 곡으로 넘어간다.

 

제 3곡 : 유괴의 유희 (Mock Abduction)

상당히 역동적인 곡이며 팀파니와 금관 등으로 긴박감을 유발시키고 있지만 조그마한 투티를 거치면서 다시 플룻과 피콜로, 바이올린에 의해서 서서히 투티 향해 나아간다. 선율의 변화가 심하고 역동적인 모습이 두드러지는 곡이다. 제목에서 풍기듯 음악 자체도 매우 자극적이며 빠르게 진행된다.

 

제 4곡 : 봄의 론도 (Spring Round Dance)

플룻 등에 의해서 트레몰로의 반주로 클라리넷이 3 곡과는 달리 나긋하게 봄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러한 플룻과 클라리넷의 주제는 이 곡의 마지막에서도 다시 쓰이고 있다. 뒤를 이어서 현의 암울한 반주 사이로 음산한 봄 기운이 퍼진다. 오보에와 플룻이 차례대로 다양한 주제를 풀어헤친다. 다시 포르티시모로 금관과 팀파니가 투티를 이루면서 매우 강인한 분위기로 바뀐다. 그 뒤에 투티를 지나고나서 다시 최초의 분위기로 클라리넷이 이끌고 있다.

 

제 5곡 : 적대하는 도시의 유희 (Games of the Rival Tribes)

팀파니와 금관의 강렬한 선율이 반복되고 있으며 역시 격렬하게 밀어부치는 힘을 느낄 수 있다. 트럼펫이 담당하는 선율과 현이 맡고있는 선율이 서로 교묘하게 섞이고 있다. 이는 바로 경쟁적 관계에 있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제 6곡 : 현인의 행렬 (Procession Of The Wise Elder)

파곳과 저음 현의 리듬 하에서 튜바 등이 무서운 선율을 노래하고 있다.

 

제 7곡 : 대지에의 찬양 (Adoration Of The Earth <The Wise Elder>)

투티가 끝난 뒤 1마디가 멈춘 뒤에, 단 4 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제 8곡 : 대지의 춤 (Dance Of The Earth)

급박한 분위기의 춤을 반영하듯, 매우 기괴한 분위기를 통해서 제 1부를 마무리 짓는다.

 

제 2부 : 희생의 제사 (6곡) Part 2 : The Sacrifice

 

 

 

 

 

Claudio Abbado, cond.

London Symphony Orchestra

 

제 1곡 : 서곡 (Introduction)

1부는 낮의 분위기를 묘사하는 반면 2부는 밤을 묘사하고 있다.플룻과 클라리넷의 반주로 매우 음산한 분위기의 이교도들의 밤을 나타내고 있다. 이 부분은 무조성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풍기므로 인해서 매우 현대적인 감각을 표출하고 있다. 고즈넉하게 울리는 악기들의 음색은 더욱 제사에 어울리는 밤을 묘사하고 있다.

 

제 2곡 : 젊은이의 신비한 모임 (Mystical Circles Of The Young Girls)

젊은이들이 모여 희생이 될 처녀를 고르는 내용이다. 현에 의해서 매우 신비스런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으며 플룻과 클라리넷을 거쳐서 다시 현의 피치카토를 통해서 몽상적인 분위기를 묘사한다.

 

제 3곡 : 선택된 처녀에의 찬미 (Glorification Of The Chosen Victim)

리듬감이 자유분방하게 변화를 거듭하는 곡으로 팀파니와 목관 그리고 금관의 울부짖음은 거의 광기처럼 들린다. 상당히 난잡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사실 매우 정교하게 처리되어져 있으며 공포감마저 불러 일으킨다. 틀에 박힌 일정한 선율이 아니라서 당혹스런 느낌이 강하게 들지 모르나 이런 부분들에 의해서 더욱 원시적인 야만성이 부각된다.

 

제 4곡 : 조상의 초혼 (Summoning Of The Ancients)

제사를 지내기 위해서 조상의 영혼을 부르는 장면으로 강렬한 투티로 시작된다. 반복되는 특징적인 선율을 사용해서 영혼을 부르는 듯한 주술이 가득 담겨져 있다.

 

제 5곡 : 조상의 의식 (Ritual Of The Ancients)

피아니시모의 저음으로 현과 타악기에 의해서 시작된다. 또한 잉글리쉬 호른에 의한 피아노 역시 더욱 기괴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그러나 트럼펫에 의한 선율은 다시 희생된 제물 (처녀)를 조상의 영혼이 받아주기를 간절히 빌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투티를 거쳐서 다시 잉글리쉬 호른에 의한 차분한 분위기로 되돌아 온다.

 

제 6곡 : 신성한 춤, 선택된 처녀 (Sacrificial Dance)

강렬한 투티로 자극적인 인상을 더욱 강조한다. 희생의 죽음을 묘사하는 선율과 광폭한 분위기를 나타내는 선율이 팀파니의 강한 타격으로 곡은 점점 더 클라이막스로 향해간다. 매우 신경질적인 느낌의 트럼펫과 그 배경의 저음의 현은 매우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피콜로 역시 다분히 공격적인 성향을 증가시키고 있다. 희생물이 죽자 이를 조상의 영혼이 태양의 신에게 바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스트라빈스키가 작곡한 세 번째 발레 음악 "봄의 제전"은 그의 작곡 세계에서 하나의 커다란 정점을 차지하고 있다. 이 곡 이전 작품들을 보면 "페트루슈카"에서 낭만주의나 인상주의적 냄새가 짙다거나 "불새"에서 스승인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왜냐면 이 기간은 그의 성장기나 다를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봄의 제전"을 정점으로 스트라빈스키는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고 있다. 즉 신고전주의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곡은 그의 실험정신의 극한에 해당되는 결과물에 해당한다. 이 곡으로 인해 현대음악에 미친 영향은 18세기 베를리오즈가 끼친 영향보다 더한 강도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의 이러한 실험정신은 초연 당시의 청중에게는 도저히 수긍하기 힘든 면도 있었으나 그 후의 연주에서는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처음에는 신랄한 비판을 가하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양손을 들어가면서 열렬히 칭찬을 아끼지 않는 쪽으로 변화되었다.

이 곡은. 러시아적인 과격함과 직선적이고 명쾌한 리듬감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곡이 기존의 음악적 감성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극한의 리듬감을 사용했음을 뜻한다. 이로 인해 기존 음악에 대해서는 복수심이 불타 오를 정도로 강하게 작곡자의 의도가 표출되고 있다. 그러므로 스트라빈스키가 이 곡을 연주함에 있어서 가장 우려한 점은 바로 지휘자의 낭만적인 해석이다.

 

스트라빈스키는 악보대로 정확하고 명쾌한 해석을 바라고 있다. 이것은 곡의 성격이 누가 들어봐도 정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군더더기 없는 표현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직한 표현으로 나타는 순수한 리듬감은 최선의 음악을 만들 수 있다. 그렇기에 스트라빈스키가 피에르 몽퇴의 초연에 대해서는 상당히 흡족해 했었다고 한다.

 

선택된 처녀의 춤 - 조프리 발레단

 

1913년 5월 29일 당시 신문들은 파리의 샹젤리제 극장에서 일어난 일을 "봄의 학살" 이라고 일컬었다. 이는 그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무용 공연이 하나의 요란스런 사건이 되고 급기야는 전설이 되어 무용사를 이루는 한 사건에서 근대 예술사상의 한 사건이 되고 그리고는 마침내 사회문화사상 '근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금세기적 획기적 사건"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그날 밤, 극장 무대에서는 디아길레프가 이끄는 러시아 발레단이 스트라빈스키 작곡, 니진스키 안무의 [봄의 제전]을 초연했던 것이다. 대본은 스트라빈스키와 레리히가 맡았고, 미술과 의상 역시 레리히가 맡았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은 부제가 '이교도 러시아 회화'라고 명기돼 있는 것처럼 야수적이라고 할 만큼 강렬한 원시적 리듬과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것 같은 불협화음으로 된 낮선 음악에 관객들은 완전히 당황했다.  또한 전통적 발레 동작과는 전혀 다른 - 사지를 모나게 돌린다거나 거꾸로 된 팔다리의 배치-니진스키의 파격적인 안무에 이성을 잃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당시 이 발레를 보았던 시인 장 콕토는 이 때를 다음과 같이 회고 했다.

 

" 그것은 흡사 자연의 융기와도 같았으며 숲 자체가 미쳐버린 것처럼 보였다."

 

미개한 이교시대의 야만적인 남녀의 춤은 소동이 심했던 만큼 흥행에 있어서는 대성공을 기록하였다.

금세기 예술운동의 주요 동기가 되었던 것은 귀족과 부르주아층이 애호하던 고전적, 전통적 예술형식을 타파한 새로운 예술 형식을 창조하는 것, 정치에 있어서는 혁명에 해당하는 것을 예술의 영역에서는 모더니즘이라고 불렀다.
당연히 이에 성공한 작품은 하나의 스캔들이 되기 마련이었다. [봄의 제전]으로 인한 소동은 오히려 이 작품이 성공했다는 것을 반증하였고 디아길레프 자신은 예술가가 아니었지만 예술의 혁명가는 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서유럽에 러시아 예술을 가져와 일대 충격을 주었다.

 

 

공연 당시 관객들이 흥분하여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묻히자 디아길레프는 무대 옆에서 무용수들에게 박자를 알려주었다.

몇몇 사람은 실신하였고 앞 사람의 머리를 우산으로 내려치기도 하였다.  또한, 스트라빈스키는 습격을 피하기 위해 화장실을 통해 도망쳤으며 찬반으로 갈라져 몸싸움을 벌이는 관객들로 인해 경찰이 출동하여 해산시켰다고 하니 디아길레프가 주문한 '나를 놀라게하라. (Surprise me!!)' 는 과제는 충분히 실현된 셈이었다.

 

봄의 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던 사람은 바로 스트라빈스키로, 대지를 가르며 펼쳐진, 돌연 생명이 분출한 듯 싶은 러시아의 봄 그러한 봄을 찬미하는 이교의 양식, 제물로 간택된 처녀의 성스러운 춤, 영생을 위해 선택된 자의 죽음 등과 같은 구상은 그야말로 혁명적인 작품을 가능케 해주었다.
봄의 제전은 음악상으로도 보수와 진보늬 갈등을 자아내게 했을 정도로 완전히 독창적인 신경지를 개척했다. 문제는 안무였다.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디아길레프는 바로 그 이전해에 목신의 오후를 안무해 파란을 일으켰던 니진스키에게 안무를 맡겼다. 발레 뤼스에 몸담고  있으면서 발레의 상실을 완전 무시할 수 있는 무용가는 니진스키 한 사람뿐이었다.

니진스키의 안무는 처음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몸의 각 부분을 따로따로 움직여야 했고 매우 복잡했으며 음악의 템포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 작곡가와 충돌이 잦았지만 안무에 있어 20세기의 새로운 스타일을 확립했다고 할 만한 혁신적인 작품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올려진 봄의 제전은 관객에게 충격과 흥분을 안겨주었고 파리와 런던에서 8회 공연된 이후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의 결별로 오랫동안 레퍼토리에서 제외되었다가 1920년에 니진스키의 안무작을 본 적이 없는 마신느가 재구성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발레 뤼스 초연시 선택된 처녀 역은 마리아 필쯔가 추었고 마신느 안무에서는 리디아 소콜로바가 맡았다.

 

니진스키의 안무는 세계 제 1차 대전중에 애석하게도 망각되었으며 정신이상으로 인해 니진스키가 무용계로 복귀하지 못함에 따라 잊혀졌지만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영생을 얻게 되었다. 마신느의 안무 역시 원시적 영기로 가득 차있고 자유로운 움직임의 형태를 취했으나 니진스키처럼 '그로테스크'한 것은 아니었다.

 

1959년 베자르가 안무한 봄의 제전에서는 사슴이 발정하는 모습을 통해 성교를 암시하는 장면이 있어 관객들을 몹시 놀라게 했는데 로맨틱한 사랑이 아닌, 폭력과 성을 묘사했으며, 무용수들에게 배역의 성격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의상을 입히는 대신 서로 동일한 타이즈를 입혀 [고독한 남자를 위한 교향곡]등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리더와 군무의 차이점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원시적인 생물들로 이뤄진 무리처럼 보이는 이들 무용수들은 음악이 시작됨과 동시에 눈을 뜨고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생명과 종족 보존을 위한 충동적인 활동을 보여준다. 스트라빈스키가 의도했던 줄거리는 무시되고 있지만 안무로 표현된 세계는 놀랍게도 음악과 잘맞아 떨어진다. 춤과 음악이 서로 손을 잡고 흥분과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극의 종결을 향해 내리 달려간다.

 

 

피나 바우쉬의 안무는 인간의 우매함과 잔혹함을 표현했다. 얇은 천을 두르고 무대에 깔려있는 흙을 튀기며 춤추는 여인들의 모습과 영원한 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성들의 욕망에 의해 산 제물로 간택되는 여인 등 성(性)을 감미롭거나 동물적 폭력이 아닌 구제할 수 없는 잔혹함으로 표현했다.

 

 

반면 마사 그레이엄은 스트라빈스키의 구상에 충실하여 봄의 희생이야기를 무용을 통해 정확하게 묘사하였다.

조프리 발레는 1979년 버클리 대학원생이었던 마리센트 허드슨의 집념으로 불가능해보였던 니진스키 안무를 복원하기 위해 자료 수집으로 희미하게나마 전체적인 윤곽을 잡아 8년 후인 1987년에 무대에 올렸다.

소련판 봄의 제전은 나탈리아 카사키나와 블라디미르 바실리요프의 공동안무로 1966년 4월 26일 뉴욕에서 볼쇼이 발레에 의해 공연되어 미국에서 첫 선을 보였다.

출처 - 해설이 있는 발레(김긍수), 예니 출판사

발레에의 초대(이덕희), 현대 미학사

불멸의 춤, 불멸의 사랑(제환정), 김영사

 

스트라빈스키 Igor Fedorovich Stravinsky (1882.6.17 - 1971.4.6)

 

소련의 작곡가. 페테르부르크 출생. 양친의 권유에 따라 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하면서 N.A.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작곡 개인지도를 받았다. 1908년 관현악곡 《불꽃:Feu d’artifice》으로 러시아발레단의 디아길레프에게 인정을 받고, 그의 의뢰로 발레곡 《불새:L’oiseau de feu》(10) 《페트루슈카:Petrushka》(11)를 작곡하여 성공을 거둠으로써 작곡가로서의 지위를 확립하였다.

그 후 제3작인 《봄의 제전:Le Sacre du printemps》(13)은 파리악단에서 찬반 양론의 소동을 일으켰으나, 그는 이 곡으로 당시의 전위파 기수의 한 사람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이 곡은 혁신적인 리듬과 관현악법에 의한 원시주의적인 색채감, 그리고 파괴력을 지닌 곡으로 앞의 2곡과 함께 이 시기의 그의 대표적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혁명으로 조국을 떠난 그는 제1차 세계대전 후 신고전주의 작풍으로 전환하였으며, 발레곡 《풀치넬라:Pulcinella》(19) 《병사 이야기:Histoire du soldat》(16) 《결혼:Les noces》(12∼23) 등의 작품에 그의 새로운 작풍이 나타나 있다.

고전파와 바로크스타일의 정신을 부흥시키려고 한 음악풍조는 제1·2차 세계대전 사이에서 유럽음악의 주류를 이루었는데 그는 이 시기의 풍조에 선도적 역할을 했으며, 오페라 오라토리아인 《오이디푸스왕:Oedipus Rex》(27)과 《시편교향곡:Symphony of Psalms》(30) 등을 통해 이 작풍의 완성을 보았다. 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45년 미국으로 망명, 귀화하였다. 그는 한때 침체기를 거쳐 《3악장의 교향곡:Symphony in 3 Movements》(45)과 《미사:Mass》(48) 등으로 재기, 다시 제2의 전기(轉機)를 맞이하였다.

이는 이미 쇤베르크일파가 취해 온 음렬작법(音列作法)으로부터 12음작법(音作法)으로 갈라지는 분기점이었으며, 《칸타타:Cantata》(52)에서 시작하여 《아곤:Agon》(57)과 《트레니:Threni》(58) 등의 시도로 차차 엄격한 12음작법을 구사하였다. 그 이후로는 종교음악에 관심을 두어 《설교, 설화 및 기도:a Sermon, a Narrative and a Prayer》(61), 칸타타 《아브라함과 이삭:Abraham and Isaac》(63), 합창곡 《케네디의 추억을 위하여: la m?oire de Kennedy》(95) 등의 작품을 남겼다. 저서로는 《내 생애의 연대기:Chronicle of My Life》(35)와 그가 하버드대학에서 강연한 것을 정리한 《음악의 시학:Poetics of Music》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