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먹거리 자료

평택국제중앙시장

박연서원 2013. 8. 8. 15:27

입력 : 2013.08.08 04:00

 

평택국제중앙시장, 처음이지만 왠지 익숙했다. 10여년 전 서울 이태원의 모습이 여기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이태원은 서울 안에서 외국을 경험할 수 있는 이국적 거리였다. 외국인이 많았고, 식당은 세련되지 않았지만 본토 맛에 충실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태원이 뜨면서 고급화했다. 한국인 손님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이들의 입에 맞춘 레스토랑은 세련됐지만 비싸지고 맛도 한국화됐다.

 

 

평택국제중앙시장은 옛 이태원의 미덕을 가지고 있다. 이곳 식당들은 아직은 푸짐하고 저렴한 편이다. 시장이 있는 신장동은 송탄으로 더 이름난 지역이다. 1951년 K-55 미군기지가 들어섰다. 부대 정문에 시장이 형성됐다. 평택중앙시장의 모태다.
미군 그리고 시장 주변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이주민 노동자들과 평택항을 통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까지 몰리면서 다양한 국적의 식당이 생겨났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햄과 소시지 따위 식재료에서 전국적으로 유명한 '송탄부대찌개'가 탄생했다. 튀김에 간장을 내주는 대신 서양식으로 소금을 뿌려 주는, 어디에도 없는 이곳만의 독특한 식문화도 생겨났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시장에서 제일 번화한 거리인 '신장쇼핑몰'에서 '헬로 나이트마켓'이 열린다. 외국인이 직접 파는 분홍색 포장마차에서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전철 1호선(송탄역)을 타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서울에서 차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경유하면 교통 체증이 없을 경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평택국제중앙시장을 대표하는 맛집 10곳을 추천받아 다녀왔다.

 

평택중앙시장 맛집들

 

01 소금 찍어 먹는 거리 튀김집 K-55 미군부대 정문 맞은편에 튀김 포장마차 3대가 있다. 튀김 종류는 다른 곳과 비슷하지만, 간장이 없다. 튀김을 봉지에 담은 다음 소금을 뿌려준다. 정문 바로 앞 '원조 튀김 넘버원' 사장은 "원래 미군들이 이렇게 먹던 게 굳어진 것"이라고 했다. "미군들이 튀김에 간장 대신 소금을 뿌려 달래. 소금을 뿌려 먹어보니 간장보다 훨씬 맛있더라고." 튀김 종류에 따라 3~5개 1000원, 1봉지 5000원.

 

02 송탄부대찌개 원조 '김네집' 소시지와 '민찌(다진 쇠고기)', 햄, 다진 마늘이 듬뿍 들어가 걸쭉하면서도 남성적인 매운맛이 난다. 부대찌개라면 이 정도로 터프한 맛이라야 제맛인 듯하다. 반찬은 김치 딱 하나다. 돼지고기를 불판에 구워 먹는 '폭찹', 베이컨이 나오는 '로스'도 맛있다. 부대찌개·폭찹(200g) 8000원, 로스(200g) 9000원. (031)666-3648

 

03 한국식 햄버거 '미쓰리햄버거' '미쓰진햄버거' 달걀과 가늘게 썬 양배추 따위가 들어가는 한국식 햄버거다. 미쓰리햄버거 주인은 곽씨지만, 외국인이 발음하기 쉽게 친정 어머니의 성인 이(李)를 가게 이름으로 했다. 불고기치즈버거, 스테이크버거, 칠리버거, 스팸샌드위치 등이 3000~4000원. 두 집 모두 '스페셜'이 인기다. 패티와 치즈 등 내용물을 2배로 쌓아 넣어 만든 초대형 햄버거다. 가격도 물론 2배. 두 손으로 잡기가 버거울 정도. 내용물이 너무 흘러내려 끼고 먹으라고 비닐 장갑을 준다. 미쓰진햄버거 (031)667-0656, 미쓰리햄버거 (031)667-7171

 

04 아프리카·유럽·카리브 음식 '사뵈르 & 아프리크(Saveurs & Afrique)' 아프리카계 캐나다인 메멜 장(Memel Jean)씨가 운영한다. 아프리카와 유럽, 아이티·자메이카 등 카리브 지역 음식을 두루 낸다. 아프리카식 바비큐 요리, 북아프리카에서 즐겨 먹는 쿠스쿠스, 카사바 뿌리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만드는 가르바 등 쉬 접하지 못하는 아프리카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쇠고기 스테이크란다. 200g 1만5500원으로 가격이 괜찮은 데다 굽는 솜씨 또한 나쁘지 않으니 그럴 만하다.

 

 

05 브라질 바비큐 슈하스코 '리오그릴' 슈하스코는 꼬치에 꿰어 그릴에 굽는 브라질식 바비큐로, 더 먹지 못하겠다고 할 때까지 계속 준다. 그래서 국내에선 '브라질 무제한 바비큐'로 알려졌다. 종업원이 소등심·안창살, 닭다리·날개, 소시지 등을 꼬치째 들고 테이블로 온다. 원하는 부위를 잘라 달라면 된다. 샐러드, 밥 따위도 뷔페식으로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점심 2만2000원(주말·휴일 2만6000원), 저녁 2만6000원. (031)666-7136

 

06 터키 케밥·피데 '스타 케밥' 벽돌을 쌓아 만든 화덕에서 숯불로 굽는 케밥과 터키식 피자 '피데'가 훌륭하다. 다진 고기를 넓적한 꼬챙이에 붙여 구워낸 '아다나 케밥'(쇠고기 1만3500원, 닭고기 1만2500원), 터키식 갖은 양념에 재워 굽는 '피르졸라 케밥'(양고기 1만8500원, 닭다리 1만5000원), 여러 케밥이 고루 나오는 '믹스 케밥'(2만6000원)이 인기. 피데 중에선 다진 고기와 치즈를 얹은 '크이말르 카샤를르 피데'(1만500원)가 인기다. 터키식 홍차 '차이'(2000원)로 입가심하면 좋겠다. 신장쇼핑몰에 식당과 테이크아웃점이 각각 있다. (070)8116-3131

 

07 태국 북부음식 '라나 레스토랑' 태국 북부에 있는 라나는 식당 주인 룽티와(Rungthiwa)씨의 고향. 모든 향신료와 대부분의 식재료를 태국에서 가져온다. 모든 음식 가격은 1만2000원. 태국식 볶음국수 팟타이 등 요리들이 두루 괜찮지만, 룽티와씨의 고향 음식인 '코우 소이 라나(Khow Soy Lanna)'를 추천한다. 커리 국물에 달걀 국수를 말고 숙주와 파, 튀긴 마늘 칩을 뿌려 낸다. 맵고 시원하고 고소하고 개운하다. (031)666-3435

 

08 필리핀음식점 '스빅베이(Subic Bay)' 펍(대중적 술집)이지만 필리핀 요리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시즐링 시식(Sizzling Sisig·1만원)이 아주 맛있다. 달군 철판에 다져서 볶은 쇠고기와 양파를 담고 날달걀을 얹어 낸다. 달걀을 깨뜨려 고기와 양파에 비벼 먹는다. 밥과도, 빵과도 어울린다. '닐라강 바카(Nilagang Baka·1만원)'는 소 정강이뼈를 양배추와 껍질 콩 따위 야채와 함께 푹 끓인, 한국의 갈비탕 비슷하다. 해장용으로 알맞겠다. (031)663-9218

 

09 송탄 스타일 떡볶이와 쫄면이 있는 '국제중앙시장 분식골목' 떡볶이는 국물이 흥건하고 당면이 들어간다. 쫄면은 고추 양념이 얹어져 나오는 게 아니라 주방에서 비벼져 나온다. 이 일대에선 다 이렇게 먹는단다. 평택국제중앙시장 '분식골목'에서 맛볼 수 있다. 당면떡볶이, 쫄면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