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No.95 in C minor
하이든 / 교향곡 95번 C 단조 '런던'
Franz Joseph Haydn 1732∼1809
Adam Fischer, cond.
Austro-Hungarian Haydn Orchestra
1. Adagio moderato (06:53)
제1기 잘로몬 교향곡 6곡 중에서 제96번과 함께 1791년 초 하이든의 런던 도착 후 가장 처음에 작곡된 두 곡 중의 한곡으로 추측된다. 1791년의 잘로몬 콘서트에서 제96번에 이어 제95번이 4월쯤 초연된 것으로 보여진다. 96번과 95번이 1791년 런던 시즌을 위해 작곡되었다는 것은 1791년 11월 17일 하이든이 런던에서 빈의 마리아네 폰 겐징거 부인에게 보낸 편지 사연으로 분명하다.
제95번은 잘로몬 교향곡 가운데 유일한 단조곡이며 제1악장에 서주부가 없는 유일한 곡이기도 하다. 이 교향곡 이전의 하이든 최후의 단조 교향곡은 제80번 D단조(1783-84년경 작곡)이며 C단조의 곡은 1782년의 3곡 <잉글리시 교향곡> 중의 제78번이었다.
제95번의 하이든 서번은 예전의 단조 교향곡들과 매우 유사하다. 제1악장에서는 소나타 형식의 각 부분이 반독립적이며 악상의 내적 연관성이 빈약하고 화성적인 두드러짐도 결여되어 있다. 제2악장은 비교적 단순한 반주 형식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제4악장에서는 형식적인 명쾌함도 빈약하고 단음악적인 주제와 푸가 부분이 교대로 나타난다.
이것은 하이든이 작곡한 푸가 피날레의 최후의 곡이 되었다. 그 결과 제95번은 <잘로몬 교향곡>의 새로운 양식의 전개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하이든에게 있어서는 과거의 수법으로 되어 있던 1780년대의 초기 어법을 되풀이한 것같은 인상을 준다.
하이든의 교향곡 95번은 하이든이 런던 청중을 위해 작곡한 ‘런던 교향곡’ 12곡 가운데서도 가장 특이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이 교향곡은 런던 교향곡 12곡 가운데 유일하게 단조로 시작하는 음악일 뿐만 아니라 3악장에는 매우 긴 첼로 솔로가 나타나며 피날레엔 변형된 론도 형식이 사용된데다 난해한 푸가까지 등장해 놀라움을 준다. 하이든은 때때로 그의 음악작품에서 놀라운 반전과 유머 감각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는 음악적인 일관성과 논리성을 추구했던 음악가다. 그러나 교향곡 95번에서만큼은 악장 간의 일관적인 흐름이나 통일적인 면모를 찾아보기 힘들며 매우 다양한 음악 양식이 출현하고 있어 작품 전체가 하나의 ‘실험의 장’인 듯 느껴진다. 따라서 이 교향곡을 둘러싼 음악학자들의 해석도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교향곡이 매우 다양한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며, 그래서 현대인들에겐 더 흥미로운 교향곡이다.
다양한 음악 양식이 출현하는 실험적 작품
1791년에 교향곡 95번을 완성한 하이든은 그 해 4월 1일에 런던 하노버스퀘어 콘서트홀에서 이 작품의 초연을 이끌었다. 그는 초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1악장 재현부에 바이올린 독주 선율을 추가하는가 하면, 나중에 2악장 안단테(Andante, 걷는 듯 느린 템포로)에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라는 악상 지시어를 첨가하기도 했다. 그런 까닭에 악보에 따라서는 하이든이 첨가한 바이올린 독주 선율이나 악상 지시어가 빠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발매된 대부분의 음반에서 하이든이 새로 고친 악보에 따라 1악장 재현부의 바이올린 솔로를 넣어 연주하고 있다.
▶하이든의 교향곡을 런던 청중들에게 소개한 공연기획자 잘로몬.
하이든이 교향곡 95번의 1악장에 바이올린 솔로 멜로디를 새롭게 추가한 것은 음악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런던 교향곡 시리즈 공연을 기획한 잘로몬을 기쁘게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잘로몬(Johann peter Salomon, 1745-1815)은 하이든에게 런던 청중을 위한 교향곡을 의뢰한 공연기획자이기도 하지만 본래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다. 그는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독일의 본에서 출생한 음악가로 소년 시절부터 본의 궁정 음악가로 활동한 후 라인스베르크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다가 말년에는 런던을 근거지로 삼아 활발한 연주활동을 했다.
잘로몬은 바이올린 연주뿐만 아니라 공연기획자로서도 매우 유능해, 공연문화가 번성한 당대 런던에서 예약 연주회 시리즈를 기획하여 큰 인기를 끌었다. 하이든의 런던 교향곡 12곡도 바로 이 연주회를 통해 소개되었다. 당시 잘로몬은 음악회가 열릴 때마다 직접 악장으로서 악단을 이끌며 무대에 서기도 했다. 아마도 하이든은 연주회에서 잘로몬이 좀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교향곡 95번의 리허설 중에 바이올린 독주 부분을 급히 추가했을지도 모른다. 1악장의 바이올린 멜로디는 리허설 중 갑자기 추가된 탓인지 길이도 짧고 간단하지만 바이올린의 사랑스런 느낌이 잘 드러난다.
충격적인 도입부와 탁월한 푸가가 돋보이는 4악장
교향곡 95번의 1악장에서 바이올린 솔로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충격적인 도입부라 할 만하다. 이 곡은 런던 교향곡 12곡 중 유일하게 단조로 시작되는데다 분위기를 달구는 느린 서주도 없기에 1악장을 여는 5음의 강한 소리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극적인 도입부에 이어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현악기가 각진 부점 리듬으로 된 멜로디로 응답하며 음량의 대비를 이룬다. 이러한 대조 기법은 하이든의 교향곡 83번 ‘암탉’의 극적인 반전과 비슷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음악을 좀 더 들어보면 교향곡 95번 1악장의 주제 전개 방식이 한결 정교하고 다채롭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1악장의 여러 경과 악절에서 드러난 다성적 짜임새에서 하이든의 노련한 작곡 기법이 나타날 뿐 아니라, 특히 1악장의 후반부를 C장조로 만들어 1악장 초반의 비극적인 느낌을 사랑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전환시킨 것은 놀라운 반전이다.
2악장은 주제와 3개의 변주, 종결부로 이루어진 음악이다. 하이든은 처음에 이 악장에 ‘안단테’라는 템포 기호만 적어놓았으나 후에 ‘칸타빌레’ 즉 노래하듯 연주하라는 표현 지시어를 추가했다. 실제로 2악장의 주제는 노래하듯 서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점잖빼듯 우아한 2악장의 주제는 변주가 진행됨에 따라 예상치 못한 다양한 음악으로 변모해간다. 첫 번째 변주가 시작되면 첼로 수석의 솔로 멜로디가 나와 놀라움을 주고, 그 다음 변주에선 단조의 우울한 분위기로 전환해갈 뿐 아니라 갑작스런 쉼표와 과감한 화성도 나타난다. 하이든은 단조의 변주 이후 다시 주제를 재현하며 마치 2악장을 마무리하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주제의 재현은 단지 4마디에 그치고 곧바로 이 악장에서 가장 화려한 세 번째 변주가 바이올린의 32분 음표 장식음형을 통해 전개된다. 곧이어 즐거운 분위기의 종결부가 뒤따르면서 변주곡을 유쾌하게 마무리한다.
▶2악장은 노래하는 듯한 우아함이 돋보인다.
3악장 미뉴에트는 교향곡 95번의 전 악장 가운데서 유일하게 단조로 시작해 단조로 마무리되는 음악이다. 주제 역시 비탄과 유머가 교차하는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어 어떤 면에서는 모차르트의 교향곡 40번 g단조와 비슷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중간 트리오 부분은 밝은 장조로 돼있으며 수석 첼리스트의 긴 솔로가 나와서 더욱 흥미롭다. 현악기의 피치카토(현을 손가락으로 퉁겨 연주하는 기법) 반주에 맞춰 전개되는 첼로 솔로는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이 곡은 하이든의 또 다른 첼로 협주곡의 한 악장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4악장은 아예 C장조로 시작하여 1악장에서 비극적인 제스처로 시작된 c단조의 어두운 분위기를 말끔하게 지워버린다. 4악장의 가볍고 우아한 주제는 하이든이 작곡한 멜로디 가운데 영감에 찬 선율 중 하나며 교향곡 피날레에 적합한 경쾌한 분위기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우아하고 경쾌한 주제는 어느 순간 푸가 풍의 다성적인 음악으로 변모하여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 악장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41번 ‘주피터’ 4악장과 함께 교향곡에 푸가 양식을 탁월하게 사용한 걸작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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