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벨리니 / 오페라 '노르마(Norma)'

박연서원 2013. 4. 2. 15:41

Opera 'Norma' 

벨리니 / 오페라 '노르마(Norma)'
Vincenzo Bellini (1801 - 1835)

 

1831년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벨리니의 최대 걸작이다.
벨칸토 오페라의 전형으로서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을 비롯해 유려한 선율미가 비할데 없는 이 작품은 주인공 노르마에 비중이 실린 전 2막 5장의 프리마돈나 오페라이기도 하다.
기원 전 50년경 로마가 정복한 갈리아 지방의 총독 폴리오네는 드루이드교의 여승장 노르마와 사랑에 빠져
두 아이까지 낳는다.
그러나 새로 사랑하게 된 젊은 여승 아달지자로 인해 삼각 관계에 빠지게 된다.
결국 노르마 스스로 죽음을 택하고 그녀의 참사랑을 확인한 폴리오네도 그녀와 함께 불길에 싸인 화형대를 선택함으로서 제단과 사원이 평화와 정화를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Casta Diva 순결한 여신' 모음곡 연속듣기

1. Joshua Bell, violin

2. Gary Karr, kontrabass

3. Sergei Nakariakov, trumpet

4. Maria Callas, soprano (1954 녹음)

5. Maria Callas, soprano (1960 녹음)

6. Inessa Galante, soprano

7. Renata Tebaldi, soprano

8. Joan Sutherland, soprano

9. Montserrat Caballe, soprano

10. Angela Gheorghieu, soprano

11. Cecilia Bartoli, mezzo soprano

12. Filippa Giordano, pop-pera

13. pera Babes, pop-pera

 

(Act 1) 'Casta diva (순결한 여신)' 

 

Casta Diva, che inargenti 

queste sacre antiche piante,

 

순결한 여신이여, 당신은 은빛으로 물들입니다
이 신성하고 아주 오래된 나무들을,

a noi volgi il bel sembiante 

senza nube e senza vel...

 

우리에게 보여주소서 당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구름도 없고 베일도 쓰지않은...

Tempra, o Diva, 

tempra tu de’ cori ardenti 

 

진정시켜 주소서, 오 여신이여
진정시켜 주소서 당신께서 타오르는 마음을

tempra ancora lo zelo audace, 

spargi in terra quella pace 

che regnar tu fai nel ciel... 

 

진정시켜주소서 도전적인 열정을,
뿌려주소서 땅위에 평화를

당신께서 하늘에서 그렇게 한 것처럼...

 

Fine al rito : e il sacro bosco 

Sia disgombro dai profani.

 

의식은 끝났다: 그리고 신성한 숲에
세속적인 사람들은 없다.

Quando il Nume irato e fosco, 

Chiegga il sangue dei Romani, 

 

분노하고 우울한 신이

요구한다면 로마인들의 피를

Dal Druidico delubro 

La mia voce tuonera. 

 

드루이드 신전에서
나의 목소리가 천둥치리라.

Cadra; punirlo io posso. 

Ma, punirlo, il cor non sa. 

 

그가 타락한다면; 나는 그를 처벌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처벌할 수가 없구나 나의 마음은.

Ah! bello a me ritorna 

Del fido amor primiero; 

 

아! 아름다운 사람아 내게 돌아오라

처음의 충실한 사랑으로;

E contro il mondo intiero...

Difesa a te saro.

 

전세계와 대적하여
보호할 것이다 당신을


Ah! bello a me ritorna  

Del raggio tuo sereno;  

 

아! 아름다운 사람아 내게 돌아오라
당신의 평온한 빛과 함께;


E vita nel tuo seno, 

E patria e cielo avro. 

 

살고싶어라 당신의 품안에서,
조국이여 그리고 하늘이여.


Ah, riedi ancora qual eri allora, 

Quando il cor ti diedi allora, 

Ah, riedi a me. 

 

아, 돌아오라 다시금 예전의 당신으로,
그때에 나의 마음을 네게 주었었지,
돌아오라 아, 내게로.

 

'Casta Diva' (순결한/정결한 여신)는 제1막에서 주인공 노르마가 부르는 아리아로, 폴리오네가 다른 여인과 사랑에 빠져버린 것을 비탄해하면서, 그가 돌아올 것과 갈리아 지방의 평화를 달의 여신에게 기원하는 노래이다. 

많은 배역중 마리아 칼라스는 '노르마'를 가장 사랑하여 생애에 89번이나 이 오페라 무대에 섰다.

 

1955년 로마 방송국 녹음

Maria Callas


음악계에서 ‘탁월한 여가수’라는 뜻으로 디바(Diva)’라는 표현을 쓴다.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년)는 오페라의 역사를 바꾼 불멸의 디바로 불린다. 거친 느낌의 소리로 비극을 껴안는 호소력있는 연기와 캐릭터 자체에 자신의 삶을 강하게 투영시켰던 칼라스를 넘볼 수 있는 가수는 없었다. 

 

칼라스가 없는 요즘 최고의 디바로 군림하고 있는 안젤라 게오르규의 'Casta Diva'

Angela Gheorghiu

 

Ann Netrebko

 

성악적으로 연주가 까다로워 국내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작품으로, 2009년 국립오페라단의 '노르마'에서 30년 성악 인생 처음으로 노르마 역을 맡았던 중견 소프라노 김영미의 2008년 자선무대.

김영미

 

극중 주요곡
제 1막 "그녀와 함께 비너스의 제단으로 Meco all'altar di Venere"
           "정결한 여신이여 Casta diva"
           "조용한 숲속에서 Sgombra e la sacra selva"
           "혼자서 몰래 신전에 있을 때였어요 Sola, furtiva, al tempio"

제 2막 "아아 티베르간의 부당한 멍에여 Ah! Del Tebro al giogo ihdeguo"
           "전쟁이다 Guerra, guerra"
           "배신당한 마음 Qual cor tradirti"

 

서곡 Oerture

Banda La Artistica Bunol

 

줄거리

 

제1막(드루이드 종파의 성지)  

오로베소는 드루이디 신들에게 로마인의 침입을 갈리아 백성들이 용감하게 무찌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그는 때가 되면 신성한 겨우살이 나무의 밑둥을 자름으로써 노르마가 전쟁의 신호를 할 것이라고 얘기한다.

갈리아 지방의 로마 총독 폴리오네가 대장 플라비오와 대화를 하고 있다. 폴리오네는 드루이드 종파의 여승장 노르마가 자기를 사랑한 나머지 순결을 받쳤을 뿐만 아니라 그녀와의 사이에 이미 아이를 둘씩이나 두었으며 그 아이들은 클로틸다가 잘 양육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지금은 노르마를 모시는 순결한 여승 아달지사를 사랑하게 되었으며, 그녀를 데리고 로마로 가는 꿈을 그린 「나를 비너스의 제단으로 Meco all'altar di Venere」라는 노래를 부른다. 드루이드 사람들이 행진을 하면서 모여들자, 노르마는 결코 그들에게 전쟁을 선동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내와 자제를 촉구하면서, 로마는 자멸하게 되리라고 말한다. 그리고 잃어버린 애인이 자기의 품으로 돌아올 것을 기원하는 유명한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 Casta diva」를 부르면서 갈리아 지방의 평화와 함께 그녀가 사랑하는 폴리오네가 돌아오기를 간구한다.

성지의 숲이 적막하게 되었을 때 아달지사는 신의 인도를 기도한다. 그러나 그녀를 인도해 주려고 다가온 사람은 정작 폴리오네로, 그는 아달지사를 로마로 데려갈 참이었다. 「가버리시오, 잔인한 이여, 그대의 무정한 신에게로 Va, Crudele al dio spietato」라며 그들 두 사람은 2중창을 부른다.

 

제2막

아달지사는 폴리오네와 한 약속 때문에 번민하다가 노르마에게로 간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에 빠졌으며 더 이상 순결을 지킬 수 없다고 고해한다. 노르마는 자기의 과거를 생각하고 모든 것을 이해하면서 길이 동정한다. 그러나 아달지사의 애인이 폴리오네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몹시 격분해한다. 이때 폴리오네가 도착하고 그들은 의미심장한 3중창을 부른다. 뒤이어 전쟁에서의 그녀의 임무를 환기시키는 청동 징소리가 울리자, 그녀는 아달지사를 데리고 퇴장한다.

 

제3막(노르마가 사는 성지)

노르마는 아이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아이들을 폴리오네에게 맡겨서 그가 아이들을 키우게 하느니 차라리 자기 손으로 죽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이들을 끔직히 사랑하므로 죽일 수는 없었다. 그녀는 아달지사에게 폴리오네와의 결혼을 허락할 터이니 아이들을 로마로 데려가달라고 제촉한다. 그리고 노르마는 당장 죽기로 작정을 한다. 그녀들은 「보라, 노르마여, 그들의 무릎을 Mira, O Norma, a tuoi ginocchi」의 정결하고 절묘한 2중창을 부른다. 아달지사는 그녀의 결의에 감복한다. 그리고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후회하면서 폴리오네를 설득하여 그의 본부인에게 되돌려 보낼 것을 맹세한다. 그들 두 여승은 뜨거운 포옹을 한다.

 

제4막(성지의 작은 숲)노르마는 제단에서 폴리오네가 자기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클로틸다로부터 그가 아달지사의 간청을 거절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노르마는 격노하여 징을 울리도록 명령하고는 “전쟁”이라고 울부짖는다.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고 그것을 합창으로 더 목청껏 기세를 울리게 된다.

그 사이 폴리오네는 아달지사를 찾으려고 처녀들만이 거주하는 금역의 수도원에 잠입했다가 체포된다. 그리고 재판을 받기 위해서 노르마 앞에 끌려 나오게 되는데, 사람들은 그가 신성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처형할 것을 주장한다. 노르마는 자신의 재량에 맡겨달라며 폴리오네만 남게 한다. 이제 둘만이 남자, 그녀는 복수심에 가득 차서 「마침내 그대는 내 수중에 In mia man' alfin tu sei」의 아리아를 부른다. 노르마는 아달지사를 포기한다면 살려주겠다고 제의하지만 그는 거절한다.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가운데 노르마는 그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맡긴다. 그녀는 한 승려가 순결을 잃었는데 마땅히 처벌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옳다고 소리치자, 폴리오네는 아달지사의 이름이 호명될까봐 겁에 질린다. 그녀가 뜻밖에도 노르마는 자기가 바로 신성을 모독한 그 승려라고 외친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반신반의한다.

그녀는 그 모든 사실을 아버지 오로베소에게 털어 놓고 아이들을 부탁한다. 눈물 젖은 인사를 마치자, 그녀는 불구덩이로 뛰어든다. 그녀의 고결함에 감복한 폴리오네도 노르마를 뒤따른다. 「오, 희생을 무릎쓰지 말아요! Deh! non volerli vittime」라는 합창과 막이 내린다.

 

Vincenzo Bellini, 1801-1835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는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로시니,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으로 불린다. ‘벨’(bel: 아름다운)+‘칸토’(canto: 노래)라는 개념은 17세기에는 ‘선율을 중시하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창법’을 뜻했지만, 19세기에 오면 ‘성악가의 역량을 과시하는 기교적인 가창’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달라진다. 19세기 전반의 낭만주의 오페라는 이런 벨칸토가 대세였고, 벨리니는 1830년대에 <노르마> 외에도 <청교도>, <몽유병 여인> 같은 벨칸토 오페라의 걸작들을 탄생시켰다.

 

칼라스에 의한 벨칸토 레퍼토리의 부활

그러나 19세기 후반 이후로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은 오페라 극장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베르디와 바그너의 극적인 선율과 풍성한 관현악에 익숙해진 청중은 성악가의 기교에만 의존하고 관현악의 밀도가 떨어지는 벨칸토 오페라 작품들을 과소평가하게 된 것이다. 성악가들 스스로도 벨칸토 레퍼토리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 고난도의 기교를 소화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하는 것에 비해 관객의 반응이 대체로 미지근했기 때문이다.

 

20세기에 거의 잊혀져가던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을 다시 화려하게 부활시킨 가수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였다. 195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입성한 칼라스는 벨리니의 ‘노르마’ 주역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벨칸토 오페라가 진정으로 드라마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칼라스는 ‘목소리를 악기처럼 최대한도로 활용하고 제어하는 기법’이라고 벨칸토를 설명한다.

 

마리아 칼라스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녀만한 ‘노르마’는 없다고 한다.

마리아 칼라스는 ‘노르마’로 무대에 설 때면 늘 대역이 없었다.

매번 홀로 백척간두 위에서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래서 ‘노르마=칼라스’라는 등식은 신화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다.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는 “노르마 역으로 칼라스는 오페라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고, 칼라스 자신도 토스카나 비올레타가 아닌 바로 이 노르마 역을 가장 사랑했다고 고백했다.

 

숭고한 희생 vs 통속적인 삼각관계

<노르마>의 배경은 기원전 50년경,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갈리아 지방이다. 이곳에 사는 드루이드인들은 정복자 로마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려 한다. 갈리아에 파견된 로마 총독 폴리오네(Pollione_ 테너)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그의 두 아이를 낳은 드루이드의 여제사장 노르마(Norma_ 소프라노)는 전쟁을 원하는 드루이드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을 노래한다. 그러나 폴리오네는 젊은 여사제 아달지사(Adalgisa_ 메조소프라노)와 새로운 사랑에 빠져, 그녀를 데리고 로마로 귀환할 계획을 추진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노르마는 폴리오네를 맹렬히 비난한 뒤 어린 자식들까지 죽이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아달지사를 불러 아이들을 데리고 폴리오네와 함께 로마로 가라고 허락한다. 그러나 노르마와 폴리오네의 관계를 모르고 사랑에 빠졌던 아달지사는 노르마를 위로하며, 노르마에게 돌아가도록 폴리오네를 설득하겠다고 약속한다. 여기서 아달지사와 노르마가 부르는 ‘아이들을 보세요, 노르마’(Mira, o, Norma)는 여성들 간의 자매애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중창이다. 하지만 아달지사의 간곡한 설득을 폴리오네가 거절하자, 비정한 폴리오네에게 분노한 노르마는 군사를 일으켜 로마와의 전쟁을 선언한다.

 

아달지사를 강제로 데려가려고 신전에 잠입한 폴리오네가 드루이드인들에게 잡혀 노르마에게 끌려오자 노르마는 백성들을 불러 “정결 서약을 어긴 여사제를 고발하겠다”고 알린 뒤, “그것은 바로 나”라고 고백한다. 폴리오네는 노르마의 고귀한 희생에 감동해 노르마가 오르는 화형대에 자발적으로 함께 올라간다(노르마와 폴리오네의 이중창과 합창 ‘당신이 버린 내가 어떤 영혼을 지닌 사람인지’ Qual cor tradisti). 노르마는 아버지 오로베소(Oroveso, 베이스)에게 아이들을 부탁한다.

 

‘Qual cor tradisti 당신이 버린 내가 어떤 영혼을 지닌 사람인지’

노르마 역에 몽세라 카바예(Montserrat Caballé)와 폴리오네 역에 존 비커스(Jon Vickers), 1974.

 

이 <노르마>를 연출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숭고한 희생에 초점을 맞추는 연출이다. 인간적인 오류를 범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두 여주인공, 그리고 그 고귀함에 감동 받아 죽음을 택하는 남자 주인공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 이야기를 TV 불륜극처럼 연적 간의 대결 구도로 만드는 현대적 연출이다. 물론 벨리니의 유려한 음악에 어울리는 것은 전자이다. 그러나 후자의 연출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이 극의 소재 자체가 상당히 통속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베르디의 <아이다>에 영향을 준 <노르마>의 합창

알렉상드르 수메 및 루이 벨몬테의 비극 <노르마>를 원작으로 펠리체 로마니가 대본을 쓴 <노르마>는 183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주디타 파스타(노르마)와 줄리아 그리시(아달지사) 주역으로 초연되었다. 그러나 벨리니의 조바심으로 지나치게 연습을 많이 한 가수들은 정작 공연일이 되자 너무 지쳐서 평소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데다, 벨리니의 라이벌이었던 파치니의 팬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초연은 결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두 번째 공연부터 노르마는 대성공을 거두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온 유럽의 오페라 극장을 휩쓸었다.

 

▶<노르마> 초연 시 아달지사 역을 맡은 당대 최고의 가수 줄리아 그리시.

 

<노르마>의 음악적 특성은 (1) (로시니의 빠른 템포와는 달리) 길게 늘인 크레셴도 (2) 천천히 절정을 향해 올라가는 나선형 멜로디 (3) 싱코페이션 리듬 등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멜리스마-콜로라투라 기교의 적용 방식이다. 로시니는 주로 외적인 꾸밈이나 희극적 효과를 위해 이런 장식음 기교를 사용했지만,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런 기교를 사용했다. 예를 들면, 폴리오네와 아달지사의 관계가 드러나는 ‘분노의 3중창’(1막)에서 장식음 기교는 멜로디의 일부가 되어 노르마의 분노를 표출하는 데 적절하게 쓰였다.

 

총 14개 장면 중 10개 장면에 합창이 쓰일 정도로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합창의 비중을 높였다. 특히 2막에서 드루이드인들이 출정의 흥분에 싸여 부르는 ‘전투다, 전투!’(Guerra, guerra!)는 벨칸토 오페라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격정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합창곡으로, 동시대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고 베르디의 <아이다>의 개선장면 합창곡을 위한 교과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노르마>는 쇼팽과 바그너의 음악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노르마 역의 전설적인 소프라노로는 마리아 말리브란, 릴리 레만, 로자 폰셀, 마리아 칼라스, 몽세라 카바예 등을 꼽을 수 있다.

 

Guerra, guerra! 전투다, 전투.

노르마 역에 빅토리아 첸스카(Victoria Chenska). 합창과 오케스트라, 우크라이나 국립오페라.

 

Variations on a Theme from Bellini's Norma

벨리니 오페라 '노르마' 테마에 의한 변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