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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木馬)와 숙녀(淑女)

박연서원 2012. 8. 24. 10:00

 목마(木馬)와 숙녀(淑女)

                               박인환 시, 박인희 낭송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를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낡은 잡지(雜誌)의 표지(表紙)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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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독 시집인 〈박인환 선시집〉과 1982년에 다시 나온 〈목마와 숙녀〉

.......................'목마와 숙녀'........................

A5판. 194면. 1976년 근역서재(槿域書齋)에서 간행.
박인환 시인 20주기에 아들 세형(世馨)이 묶어낸 시집
시인 생존시 첫 시집인 『박인환선시집(朴寅煥選詩集)』
(1955)에 수록된 시 56편 중 54편과 유작 등 미수록 시 7편 등
모두 6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집 표제는 그의 대표작 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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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대표작 시는
故 박인환 시인(향년 29세)이
운명하기 5개월 전에 남긴 유작.

아울러, '세월이 가면'
시 역시 그가 작고하기 일주일 전에
노래 말로 탄생한.,'유언 같은 유작'이다.

1956년 3월 14일 환도후  황량한 잔해가
명동거리에 그림자를 던지고 있을 무렵에
그는  이 '샹송'과도 같은 시 '세월이 가면'을
단골주점 '은성'에서 벗들과 술을 마시다 썼다.

을지로 입구 외환은행 본점 건물
왼쪽으로 끼고 명동성당 방향으로
비스듬히 뻗어 간 명동길을 걷다보면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3층 건물의 2층.

박인환 흔적을 기억이라도 하듯
'세월이 가면' 간판을 내건 카페. 
이곳이 전후 명동에서 문인들의
사랑방 노릇을 하던.,명동싸롱.

박인환은 이곳에서 문우들과 어울리다가
계단을 내려와 6.25가 휩쓸고 지나간 세월의
쓸쓸함을 술로 달래려 맞은편 대폿집으로 향했다.

그곳이 문인들의 단골주점 은성.
이렇게 「세월이 가면」은 명동의
허름한 대폿집에서 탄생한 시와 노래.

그날 낮에 박인환이 첫사랑 묘소에
10년 만에 찾아갔고 그곳을 다녀와서
쓴 즉흥시가 불후의 명작 '세월이 가면'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이상 시인의 기일을 맞이하여
3일 동안 연속으로 술을 마셨고
귀가 후, 만취상태에서 밤 9시 운명. 

그만큼 詩는 그 자신에게 있어서
고뇌에 찬 삶의 '마지막 보루'였고
고독에서 벗어날 최후의 돌파구였다.

망우리 별곡, 가을 속으로 떠난 ‘목마’ 박인환(朴寅煥)

그가 운명하기 며칠 전 즈음에
10년만에 찾았다던., 첫사랑의 묘소.
그 첫사랑을 그리워하였던.,시와 노래말.

세월이 가면/ 박인환 시, 박인희 노래

박인환은 가장 1950년대 다운 시인이었다.

《경향신문》 종군기자로 포연 속을 누볐고,

그 슬픔을 만가(輓歌)로 노래 부를 줄 알았다.


시인은 1955년 유일한 시집

《박인환선시집(朴寅煥選詩集)》을 내고

1956년 3월 20일 밤 9시 경 심장마비로 운명.


박인환 하면 우선 〈목마와 숙녀〉가 떠오르고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세월이 가면〉노래말이 생각난다.

1970년대 뜨와에 므와(불어 : 너와 나)
 박인희가 부르면서 대중에게 알려졌다.

<목마와 숙녀〉는 노래가 아닌 낭송이지만
박인희의 청아한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