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아렌스키 / 피아노 3중주 제1번

박연서원 2012. 5. 23. 16:10

Piano Trio No.1 in D minor, Op.32

아렌스키 / 피아노 삼중주 1번 D단조 작품 32

Arensky, Anton (Stepanovich), 1861~1906

아렌스키는 의사이면서 첼로를 즐겨 연주하던 아버지와 당시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였던 어머니사이에 태어나서 이미 9살에 작곡을 할만큼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18세에 명문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해서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작곡을 배웠고 졸업과 동시에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 부임하였고 거기서 재직하고 있던 차이코프스키를만나 그에게 깊이 경도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정신적인 양자' 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차이코프스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아렌스키는 차이코프스키만큼 개성과 창의력이 뛰어난 작품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근래에 들어 그의 진가가 재인식되고 있다.

이 피아노 3중주 제1번은 아렌스키 특유의 러시아 서정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대곡으로서의 치밀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피아니스트로서도 탁월한 기량을 가지고 있었던 작곡가의 영향으로 피아노 부는 도처에 기교적인 악구와 리듬이 빛을 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스타일은 후배인 라흐마니노프와 스크리아빈에게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1악장 알레그로는 소나타 형식으로 셋잇단음표의 부드러운 움직임을 동반하고 바이올린이 약음으로 아름다운 주제를 이끌어내고 있다. 앙상블의 효과를 잘 살리고 있는 즐거운 스케르초 악장이 지나가면 이 곡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엘레지 즉, 비가(悲歌)가 구슬프게 다가온다.

러시아인의 시정(詩情)이 이처럼 슬프게 표현된 노래가 있을까?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의 느린 악장에서 느껴지는 슬픈 감정이 여기서 비롯된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된다. 약음기를 부착한 첼로의 주제는 눈물을 머금게 할만큼 비통함을 드러내고 있다.

4악장은 깊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강인한 의지로 가득한 론도 악장이다.

흐리고 축축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가을 하늘과도 같이, 좀처럼 슬픔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러시아인의 무거운 마음으로 가득 차있는 이 아름다운 3중주는 작곡을 한 5년 뒤인 1889년에 세상을 떠난 첼리스트

카를 다비도프(1838-1889)에게 헌정되었다. 하지만 작곡된 바로 전 해에 하늘나라로 간 차이코프스키를 위해 작곡했다는 추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곡 이어듣기

Beaux Arts Trio

Menahem Pressler, piano

Ida Kavafian, violin

Peter Wilewy, cello

 

 

Vovka Askenazy, Piano
Christine Jackson, Cello / Richard Wtamper, Violin

 

1악장 (Allegro Moderato - Adagio)


첼로에 의해서 연주되는 주제는 어딘지 아련한 느낌과 동시에 왠지 절박하면서도 터지는 열정을 지긋이 억제하는 그런 복합적인 느낌을 갖게 한다. 피아노는 자시을 들어내는 일 없이 첼로와 바이올린의 대화를 충실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2악장 (Scherzo. Allegro molto)


'아렌스키의 왈츠‘라고 불려지는 세련되고 기품있는 스케르조 악장이다.

 

3악장 (Elegia. Adagio)

약음기를 낀 첼로와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비가의 주제는 아렌스키가 얼마나 뛰어난 아름다운 선율의 작곡가인가를 들려주는 그의 가장 아름다운 악장이다.

 

4악장 (Finale. Allegro non troppo)

제1악장의 주제를 환기시키는 이 악장은 열정과 환희로 가득 차 있다.

 
Trio D-moll

 

아렌스키 [Arensky, Anton Stepanovich,

                   1861.7.12~1906.2.12, 러시아]

 

러시아의 작곡가. 특히 실내악과 가곡 작품으로 알려진 작곡가이다. 노브고로트주(州) 노브고로트에서 태어났다.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Nikolai Rimskii-Korsakov)의 제자로서 작곡을 배웠지만 아렌스키의 작품은 표트르 차이코프스키(Pyotr Chaikovskii)의 것과 오히려 더 비슷하다. 그의 음악에 지배적인 분위기는 서정적이며 애수적이다.

 

그의 오페라 3편 가운데 성공을 거둔 것은 맨 처음 나온 《볼가강의 꿈 A Dream on the Volga》(모스크바, 1891)뿐이다. 《피아노 3중주곡 D단조 Piano Trio in D Minor》와 《현악4중주곡 A단조 String Quartet in A Minor》는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100편이 넘는 피아노 소품들 가운데 피아노 2대를 위한 모음곡 4편도 포함되어 있다.

 

모스크바에서 지휘했던 것 외에도 모스크바음악원 교수(1882∼1895)로서 제자를 양성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제국교회의 감독(1895∼1901)을 지냈다. ‘낭만파의 마지막 작곡가’로 불리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khmaninov)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아렌스키로부터 배운 제자였다.

 

With his pupils. G.E. Conus, N.S. Morozov, A.S. Arensky, S.V. Rachmaninov 1892.
1892 년 모스크바 음악원 교수 재임시 제자들과 함께 (오른쪽에 라흐마니노프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