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전국의 면발을 찾아서_이색국수편
! 국물이 이색적이다
1. 구지자의 본고장 청양, ‘구기자칼국수’
본초강목에 구기자는 해열과 당뇨에 좋으며 간을 보호하고 폐나 신장기능을 촉진한다고 나와 있다. 국내 67%의 구기자가 생산되는 곳이 충남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청양이다. 청양에 가면 구기자열매로 담근 술인 구기주, 구기자한과, 구기자엿, 구기자차, 구기순(구기자의 어린 잎)나물 등 구기자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것이 다양하다. 청양에 ‘구기자광장’이라는 평범한 관광지식당처럼 보이는 곳의 주인장은 구기자한과만을 취급하다가, 식품공학을 배운 실력을 가미하여 색다른 구기자 메뉴 개발에 돌입하였다. 그래서 만든 면이 구기자칼국수와 냉면이다. 구기자열매를 우려된 국물로 반죽을 하기에 면발이 노란 호박빛깔을 띤다. 구기자는 붉은데 면발은 노란빛이라고 묻는 사람들은 당장 집에서 구기자를 물에 우려보면 알게 된다. 얼큰한 고춧가루 국물에 구기자칼국수면발이 나오는데 쫄깃하고 구수하다. 구기순이 재배되는 봄철, 청양에 가면 동네 식당 밑반찬에 간혹 구기순나물을 만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청양구기자광장
전화번호 041-943-4305 / 041- 942-8568
주소 충남 청양군 운곡면 후덕리 178
메뉴 구기자칼국수4천원, 구기자물냉면 5천원, 구기자비빔냉면 5천5백원
2. 기러기 고기가 만든 깊은 육수, ‘기러기칼국수’
이 시대의 한국인에게 ‘기러기’는 씁쓸한 현실이야기가 되었다. 지금도 기러기아빠는 외국 떠난 처자식을 생각하며 홀로 밥을 먹을 지 모른다. 그런데 예산엔 아름다운 사연과 맛있는 기러기이야기가 있다. 서울에서 사업에 실패한 후 귀향한 주인부부는, 우연히 얻게 된 기러기를 품에 안고 키웠더니 기러기가 부모인 줄 알고 도망가지 않았단다. 그래서 기러기를 키워보게 되었고 더 나아가서 기러기사육농장까지 하게 되었다. 기러기칼국수를 시키면 기러기고기 몇 점과 육수가 전골냄비에 나온다. 기름기가 육수에 떠 있어 부담을 가질 수도 있으나 기러기고기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콜레스테롤을 억제한다. 그리고 칼슘과 인의 함량이 높은 영양식으로 알려져 있다. 반드시 전골육수를 몇 숟가락 떠먹어 맛을 음미하고 살을 건져 먹은 뒤 젖은 칼국수 면를 넣어 끓이면 된다. 고급 국수전골이 된다. 육수 한 국물도 아까운지 마지막엔 부드러운 죽까지 만들어준다. 칼국수에 딸려 나오는 밑반찬 중 백김치가 시원하고 모양새도 정갈하다. 상호명이 ‘신분준할머니 기러기칼국수’라고 되어 있는데 ‘신분준’은 사장의 장모님 성함이다. 평생 잘 불려지지 않은 부모님의 이름을 지금이라도 널리 불려드리게 하고 싶었다는 사위와 딸이 바로 이곳의 주인이다.
신분준할머니 기러기칼국수
전화번호 041-333-3331
주소 충남 예산군 오가면 신석리 325-21
메뉴 기러기칼국수 6,000원, 기러기전골25,000원부터, 기러기무침 30,000원
3. 막걸리를 한잔 걸치고 싶은 얼큰함, ‘모리국수’
식당에 들어갔는데, 제대로 들어온 건지 좀 난감하다. 정돈되지 않은 실내에 덩그러니 원형테이블 네 개 뿐. 벽 어디를 둘러봐도 메뉴가 없다. 잠시 후 부엌에서 나오는 인상 좋은 할머니가 일행을 보고 ‘두 명?’ 하고 바로 들어가신다. 이로서 주문이 완료된 것이다. 잠시 후 ‘이게 2인분이라고?’ 할만큼 많은 양이 담긴 양은냄비가 나온다. 아구, 아구 내장, 미더덕, 홍합, 작은 생새우부터 이름 모를 바다생선까지 여러 가지다. 여기에 콩나물이 들어가고 국수면이 들어가 푸짐함을 더한다. 날고춧가루를 넣어서 보기엔 일반 매운탕보다 더 매워 보이나 막상 먹어보면 그렇게 얼얼할 정도는 아니다. 해산물의 모든 재료가 싱싱하다. 옛날, 구룡포 일대의 싸고 싱싱한 생선을 가지고 배타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푸짐한 국수를 끓여 내기 시작했단다. 연탄불에 끓여서 면발이 불어터지던 시절부터 하여 벌써 40년을 넘었으니 할머니 노하우가 알만하다. 모리국수는 건져먹는 해물만으로도 막걸리 몇 잔을 너끈히 걸치고도 남는다. 이 집은 국수 양이 아니고 해물의 양으로 1인분, 2인분이 결정된다. 해물이 떨어지면 그날의 영업도 마감된다. ‘모리’는 여러 해산물을 모아서 먹는다는 의미라고 하는데, 국수냄비 받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까꾸네모리국수
전화번호 054-276-2298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957-3
메뉴 모리국수 5천원, 막걸리 2천원
4. 담양장터에서 먹는 ‘선지국수’
국민영양음식으로 퍼뜩 떠오르는 메뉴 하나가 순대다. 식용비닐에 들어간 당면 순대가 아니라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한 선지가 들어간 진한 맛의 시장통 순대가 제대로이다. 시골 오일장의 재미가 아직도 쏠쏠히 묻어나는 담양장터 내 ‘옛날순대집’은 암뽕순대가 유명하다. 암뽕순대는 암퇘지의 대창(암뽕)에 선지, 검은콩, 찹쌀, 우거지, 깻잎 등을 듬뿍 넣어 대나무통에 넣어 1시간 정도 푹 쪄낸 것이다. 암뽕순대 뿐 아니라 돼지육수를 기본으로 한 순대국밥 등 국밥종류가 다양하다. 새끼보(돼지자궁)국밥까지 있다. 그런 기본실력에 추가된 면요리가 ‘선지국수’다. 뽀얀 돼지육수에 도톰한 둥근 면이 들어가 있고 그 위에 선지덩어리가 푸짐하다. 더구나 작은 양은 냄비에 나와서 뜨끈하게 먹을 수 있다. 일반국수 한 그릇에 성이 안차는 사람들에겐 더없이 좋은 영양냄비국수인 셈이다.
옛날순대집
전화번호 061-381-1622
주소 전남 담양군 담양읍 담주리 5-2
메뉴 선지국수 3천원, 대통암뽕순대 1만원, 새끼보국밥 6천원
! 면발이 이색적이다.
5. 수저로 떠 먹는 ‘올챙이국수
옥수수, 감자, 메밀은 옛날 강원도의 소중한 탄수화물 양식이었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밥이나 국수와 비슷하게 먹을 수 있을까가 늘 문제였다. 그런 발생에서 시작된 음식 중 하나가 올챙이국수다. 옥수수전분으로 5시간이상 묵을 쑨 뒤 3시간쯤 뜸을 들인다. 그 반죽을 작은 구멍이 수없이 뚫린 그릇에 넣어 바로 찬물에 바로 떨어지게 한다. 그럼, 앞다리가 쑤~욱, 뒷다리가 쑤~욱 하는 짤막한 올챙이 모양으로 옥수수반죽이 똑똑 떨어진다. 올챙이국수는 짧아서 젓가락이 아닌 수저로 떠 먹어야 된다. 어려웠던 그 시절엔 별미였겠지만 맛난 것이 천지인 현대에는 밍숭맹숭한 맛이다. 그래도 양념간장과 김치 맛을 더하면 가끔씩 생각날 만한 이색의 건강한 맛이다.
올챙이국수는 정선시장 내 여랑식당
(번호 033-562-0503/ 주소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1리 13반) 등 여러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6. 윤기나는 투명국수 ‘당면국수’
고구마나 감자 전분으로 만든 당면을 사람들은 잡채라고 부른다. 원래 잡채는 여러 가지 볶은 채소를 말하는데, 언제부터가 당면 중심의 잡채를 먹다 보니, 당면을 잡채로 혼돈하는 지경까지 와 버렸다. 그만큼 누구나 좋아하는 잔칫집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이번엔 당면을 국수라고 부르면 어떨까? 정말 그렇게 부르며 당면국수를 사랑하는 지역이 있다. 바로 부산이다. 부산의 소박한 국숫집이나 역 구내 분식집 등에서 심심치 않게 파는 당면국수엔 삶은 당면에 당근, 채 썬 노란 단무지, 삶은 부추, 김, 가는 오뎅 등 일상의 흔한 재료들이 올라가고 그 위에 매콤한 양념장을 얹어 비벼먹는다. 쪼로록 빨아 넘기듯 먹는 투명한 당면 국수는 간단 식사 내지 간식국수로 애용된다. 남포동에 있는 오랜 전통의 ‘할매집회국수’는 스탠드바 구조의 실내에서 회국수 등 여러 국수를 파는데 그 중에 하나가 ‘당면’이라는 국수이다. 이때 멸치육수는 주전자로 따로 주어 맘껏 리필할 수도 있다.
할매집회국수
전화번호 051-246-4741
주소 부산광역시 중구 남포동2가 15-14
메뉴 당면 3천5백원, 회국수 4천5백원
7. 호박 속에서 국수가 줄줄줄, ‘국수호박’
신기한 호박이 있다. 삶은 호박 속에서 국수가 나온다. 가평 일부에서 호박의 속살이 국수처럼 풀어지는 국수호박이라는 커다란 개량 호박을 재배하고 여름철에는 별미국수로 판매하고 있다. 노랗게 영글어진 호박을 푹 삶아 반을 가른 뒤, 찬물에 넣고 겉을 누르면 국수가닥처럼 줄줄줄 호박 속이 나온다. 국수호박 자체의 맛은 큰 특징이 없고 아삭아삭하는 식감을 즐기는 흉내국수라고 보면 좋겠다. 흔히 간장양념을 곁들여서 먹곤 한다. 칼로리가 낮고 섬유소가 풍부해서 다이어트 건강식품으로 찾는 이들도 있다. 일년 중 여름 한철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7월 중순부터 한달 남짓 수확되는 호박이다. 일부 식당에서는 호박을 잘 보관하여 여름이 끝났어도 팔기도 한다. ‘초가집’은 서울에서 귀농한 중년부부가 국수호박을 재배하면서 잣국수와 시골밥상도 팔고 있다. 국수호박은 국수 이외에도 샐러드, 전, 골뱅이무침 등에 넣어 먹기도 좋다.
초가집
전화번호 031-585-6597
주소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 374
메뉴 호박국수 6천원, 잣국수 7천원
! 어쨌든 이색적이다.
8. 소박과 소박이 만난, ‘두루치기비빔칼국수’
대전의 향토음식을 꼽을 때 꼭 들어가는 음식이 두루치기다. 타지방에서는 돼지고기불고기를 두루치기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대전 전통의 두루치기 전문점에서는 두부두루치기와 오징어두루치기가 일반적이다. 간단히 말해 빨간 고춧가루 잔뜩 들어간 볶음이라고 보면 된다. 주문하면 냉면기에 멸치육수에 적당한 조미료 맛이 가미된 국물부터 한 그릇 나온다. 이 국물은 몇 번이고 달래도 좋다. 두루치기가 무척 맵기에 속을 달래줄 엄마 같은 국물이 필요한 것이다. 두부든 오징어든 두루치기를 어느 정도 먹으면 사리를 추가한다. 그러면 삶은 칼국수 면이 냉면그릇에 푸짐히 나온다. 여기에 남은 두루치기를 넣어 색다른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게 된다. 면은 부드럽지만 종합적으로는 좀 거친 비빈 맛의 국수다. 두루치기는 한 그릇만 시켜도 두 명 이상이 먹을 충분할 양이다. 그렇기에 혼자 가는 사람은 삶은 칼국수 면에 두부두루치기가 적당량 올려져 있는 ‘양념면’을 주문하면 제격이다. 대전 구도심의 이면도로에 30년 전통의 두루치기전문점이 있다. 두루치기 한 그릇에 소주잔을 한없이 기울였고 공짜육수도 여러 번 먹은 뒤 출출해지면 먹었던 두루치기비빔칼국수 맛을 잊지 못해서 아직도 나이든 추억의 단골손님이 줄을 잇는다.
광천식당
전화번호 042-226-4751
주소 대전 중구 선화동 52-2
메뉴 두부두루치기7천원, 오징어두루치기9천원, 비빔사리1천5백원, 양념면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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