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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면발을 찾아서2 (부산 소면국수)

박연서원 2011. 10. 17. 13:36

이윤화의 화식서식(話食書食) 전국의 면발을 찾아서_부산 소면국수 편

 


국수공장을 견학한 적이 있었다. 여러 번 치댄 반죽은 가는 국수면발이 되어 빨래대와 같은 걸개에 늘어선 채 일단 따뜻한 열풍 건조방을 거친다. 그 뒤 건식사우나 같은 더운 바람이 나오는 방을 통과하고, 습식사우나 같은 습도와 온도가 높은 방에 들어가 국수 가닥에 남은 수분은 남김없이 날려버린 뒤 최종적으로 뽀송뽀송해지는 일반 건조방으로 가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친 국수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포장하면 슈퍼에서 판매되는 소면이 된다. 당연히 옛날에는 일련의 과정을 자연의 햇볕과 바람을 통해서 했었다. 눅눅한 날, 건조한 날, 국수 만드는 이에게는 ‘제빵왕 김탁구’마냥 공기 중의 수분을 피부로 습득하는 것이 생활의 일부였다. 그런 소면을 유독 많이 먹는 지역이 부산을 비롯한 경남 지역이다. 유명 라면회사임원 왈, 부산지역에서 여름이면 라면 매출이 왜 떨어질까 하며 지역담당 영업사원만 채근했었는데, 알고 보니 라면의 경쟁자는 다름 아닌 골목골목 박힌 소면국수집이었다고 말한다. 바다와 가까워 장국의 국물로 멸치나 풍부한 해물을 사용하는 지역 국수요리는 웬만한 인스턴트 면을 이겨내고 있다. 인상 깊은 부산과 인근의 국숫집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소면 물국수의 기준
대동할매국수

18살에 시집갔다 남편과 사별하고 친정으로 돌아오니 28살. 그 젊은 나이부터 국수를 말아 팔기 시작한 것이 50여 년이 되었다. 할머니의 등은 굽었어도 어김없이 국물용 멸치를 다듬고 국수말기의 진두지휘를 맡아 하고 계신다. 국수집 시작 당시에는 대부분 손님들은 돼지국밥집에 몰려갈 때였으니 소면물국수 전문점이 동네에서는 낯선 것이었다. 할매국수엔 땡초(매운 고추)가 들어간다. 이 때문에 국수에 땡초 넣는 것을 부산의 많은 국수집에서 본떠서 하고 있고 할매국수로 인해 근처가 국숫집골목이 되어 버렸다. 이 집에서는 오직 물국수 하나만 말아 팔고 있기에 벽에 걸린 메뉴엔 보통, 곱배기, 왕곱배기라는 국수 양에 대한 차이만 표기되어 있다. 국수를 시키면 국수 면과 국물주전자가 따로나온다. 소면 위에 삶은 부추, 채 썬 노란단무지, 김, 깨소금이 올라가 있다. 그 위에 국물을 알아서 부으면 된다. 이 국물을 위해 할머니는 남해, 진해, 마산 등지에서 좋은 멸치를 사서 국숫집 앞마당에 말린다. 진한 멸치 국물 맛이라 약간 비린 맛도 있지만 전혀 거부감이 일지 않는다. 오히려 다시 생각나는 중독성을 갖게 하는 국물이다. 면은 부산을 대표한다는 지역브랜드 구포국수를 사용하고 있다. 대동할매국수는 이 글을 쓰면서도 다시 먹고 싶어 침이 꿀꺽 삼켜질 정도이다.


전화번호 055-335-6439 
주소 경상남도 김해시 대동면 초정리 13
메뉴  물국수(보통 3천원, 곱배기 3천5백원, 왕곱배기 4천원)

 

 

돼지육수국물에 말은 국수의 역사가 100년
평산옥

“오늘은 내가 술 한잔 살게!”라고 맘놓고 큰 소리 칠 수 집이다. 부산역 건너편 차이나타운 뒤편에 있는 국숫집인데, 1인 수육과 물국수를 세트로 판다. 1인 수육이라 해도 양이 제법 되고 맛 또한 100년 세월을 담아 그런지 부드러운 식감이 유별나다. 애주가들은 수육 한 접시에 소주 한 병은 거뜬히 비울 수 있을 정도다. 질금장이라는 달달 걸죽한 소스에 찍어먹거나 함께 나오는 부추김치와 무채를 수육과 함께 곁들여도 좋다. 수육도 수육이지만, 수육 삶은 물을 활용한 물국수는 돼지고기육수라지만 전혀 느끼하거나 누린내가 나지 않고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맛이다. 수육과 국수를 세트로 푸짐히 먹고 내는 돈이 겨우 7천원이니 황송한 마음마저 든다. 평산 신씨 선조가 시작하여 4대를 맞는 평산옥은 6.25전쟁 통에도 장사를 하면서 피란민에게 많이 베풀었고, 그런 정신이 이어져 가격도 최대한 올리지 않고 고기양도 변함없는 선조의 인심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전화번호 051-468-6255 
주소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1동 591-11
메뉴 국수 2천원, 수육(1인) 5천원



소면도 직접 만들어 쓰고 있는 국수집
거창까막국수

소면까지 내 손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곳이다. 식당 앞에는 투명유리문의 국수공장이 있어, 국수반죽을 만들거나 국수가닥이 건조되는 광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소면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흑미, 검은콩 등을 섞어 만든 검은 빛깔의 영양국수는 생면으로 만든다. 검은 생면이 시원한 국물 안에 담겨 나오는 국수가 바로 ‘까막국수’이다. 한편 ‘거창다시소바’는 따뜻한 한우양지국물에 까막국수가 들어가 있는데 마치 일본의 온소바(따뜻한 메밀국수)를 연상해 한다. 하지만 일본소바보다 훨씬 깊은 맛의 국물이다. 공장에서 매일 만들어지는 소면 맛을 보려면 물국수나 비빔국수를 주문하여 심플한 기본 맛을 비교하면 좋다. 국수를 먹으려고 테이블 앞에 앉으면 가운데에 검은콩, 메밀, 녹두, 흑미 등 6가지 곡물이 유리판 안에 보이는데, 모두 건강 국수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재료들이다. 국수공장, 식당 모두 정갈한 상태이고 일체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음을 자부하는 것 등에서 주인장의 국수 고집을 충분히 느끼게 된다. 만들어지는 소면과 생면을 포장판매도 하고 있다.


전화번호 051-517-4004
주소 부산광역시 금정구 금성동 248-3
메뉴 물국수 3천원, 비빔국수 3천5백원, 거창까막국수 4천5백원, 거창다시소바 5천원



채소와 과일을 숙성시켜 만든 비빔국수
손영환비빔국수•칼국수

비빔국수를 먹기 위해 주문대기표를 받아 기다릴 수도 있는 곳이다. 빡빡하게 비벼 나오는 국수가 아니고 소스라기보다 국물에 가까운 자작한 양념장 속에 삶은 소면이 담겨 있고 그 위에 양파, 오이, 백김치, 붉은 양배추가 먹음직스럽게 올려져 있다. 비빔국수이니 당연히 맵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매운맛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단 맛도 느껴지고 묘한 시원한 맛도 감지된다. 10여 년 전 양식조리사였던 손영환사장은 전국의 여러 국수를 먹으면서 본인만의 숙성소스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 집의 비빔국수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고추장이 들어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고추장은 일체 사용하지 않았고 고춧가루 또한 최종 마무리 양념에 해당된다. 그에게 자식처럼 소중한 것은 오이, 양파, 배, 사과 등 채소와 과일을 갈아 보름에서 한달 쯤 숙성시킨 원액 소스다. 이 숙성원액에 단맛을 가미하고 고추가루로 매운맛을 더해서 완성을 한다. 이렇게 잘 익은 동치미 국물 같은 시원한 깊은 맛이 녹아난 ‘손영환비빔소스’가 만들어져, 이제는 경남 지역의 대표적인 국수 체인점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비빔소스는 굵은 면이 아닌 가는 소면과 조화를 잘 이룬다. 한번 먹고 나면 또 생각나게 하는 마약 같은 매운 국수로 소문이 나있다.


전화번호 051-508-0480
주소 부산광역시 금정구 두구동 601-6
메뉴 비빔국수(보통 4천원, 곱빼기5천원, 왕곱배기 6,천원), 물국수 4천원, 칼국수 4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