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 종댕이길과 심항산
충주호를 바라보고 걷는 종댕이길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등산처럼 무턱대고 걷는 길이 아니다.
곳곳에 마련된 쉼터와 정자, 조망대에서 충주호의 풍광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오르내리는 구간이 적당해서 눈맛에 걷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최고의 눈맛에 걷는 재미까지 듬뿍, 종댕이길 1구간
어머니의 사랑처럼 깊은 숲, 아버지의 가슴처럼 너른 호수. 종댕이길을 걸으며 만나는 풍경이다. 아늑하다 못해 포근함이 전해오는 숲길은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을,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주는 강바람은 아버지의 속깊은 사랑을 닮았다. 숲길을 걸으며 마음을 비우고, 강을 바라보며 여유를 배우는 길. 아, 거기에 튼튼해지는 두 다리까지. 종댕이길을 걸어야 하는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동화 속 비밀의 정원으로 가는 길
종댕이길 1구간은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주차장은 마즈막재 삼거리를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에 하나씩 있다. 종댕이길 안내소가 있는 서쪽 제2주차장이 종댕이길 걷기의 출발점이다. 제1주차장 맞은편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편리하다. 신발끈 단단히 조여 맸으면 종댕이길 걷기에 나설 차례다. 여기서 잠깐, 본격적인 걷기에 앞서 충주호를 두 눈에 실컷 담아두자. ‘주차장에서 웬 충주호?’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심항산을 에둘러 멀리 황학산까지 흐르는 충주호의 모습은 이곳에서 보는게 최고다.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왔다면 사진 한 장 찍고 시작해도 좋다.
서쪽 주차장에서 900m 남짓한 거리는 산뜻한 데크 로드를 걷는다. 차도와 나란히 가는 길이지만, 짙게 드리운 나무 그늘 덕에 생각보다 호젓하다. 언뜻언뜻 충주호의 모습도 스쳐 지난다. 마즈막재 약수터와 벤치를 지나면 종댕 이오솔길로 접어드는 갈림길에 닿는다. 종댕이 오솔길은 내리막으로 시작한다.
오솔길로 접어 들면 그늘이 한층 짙어진다. 종댕이길 숲이 좋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건 뭐 울울창창하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빽빽이 들어선 활엽수림은 햇빛이 스미는 것조차 쉬이 허락지 않는다. 먹지에 흩뿌린 흰 물감처럼 길에 듬성듬성 내려앉은 빛의 조각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동화 속 비밀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숲길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종댕이 오솔길은 완만한 내리막을 따라 900m 정도 이어진다.
숲길에서 만난 충주호의 아름다움
종댕이오솔길의 끝, 잠시 뒤로 물러선 숲을 대신해 듬직한 정자 하나가 바짝 다가선다. 충주호를 등지고 선 모습이 제법 당당하다. 계단에 올라 만난 풍경은 지금껏 들인 발품 값을 모두 치르고도 남을 만큼 아름답다. 액자에 담긴 유화를 감상하듯, 기둥과 기둥 사이에 걸린 충주호의 모습을 꼼꼼히 두 눈에 담는다.
정자에서 100m 남짓 떨어진 생태 연못을 지나면 다시 울창한 숲길이다. 들숨과 날숨 사이를 비집고 드는 비릿한 민물 냄새도, 강과 산에서 연신 불어대는 시원한 바람도 참 좋다. 심항산을 크게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종댕이길의 핵심 코스다. 4km에 이르는 전 구간이 충주호를 곁에 두고 숲 길을 따라간다. 조망대, 화장실, 팔각정, 쉼터, 포토존 등 편의 시설도 곳곳에 갖췄다. 충주호를 향해 불거진 두 조망대에서는 충주호의 풍경을 날것으로 만날 수 있다.
평탄하게 이어지는 길이지만 오르내리는 구간이 적당히 섞여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하트 모양 둘레길을 연인과 함께 걸으면 사랑이 깊어진다거나, 종댕이고개를 넘으면 건강 수명이 한 달씩 늘어난다는 등 종댕이길에 담긴 사연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재미도 있다. 피톤치드 솔숲을 지나 만나는 소원바위에 동전 하나 올리면 이내 갈림길이다. 왼쪽은 숲해설안내소 방향이고, 오른쪽은 출렁다리를 지나 상종마을로 가는 길이다.
두 방향 모두 600~700m 오르막길을 지나야 한다. 상종마을과 계명산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종댕이길의 기본 코스지만, 내친김에 심항산 정상까지 밟아볼 생각이라면 숲해설안내소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걸음을 아껴도 3시간이면 끝이 밟히는 종댕이길 1구간은 걸을수록 다시 걷고 싶어지는 길이다.
풍경길걷기 종댕이길 지도
종댕이길 스팟보기
생태 연못&삼형제나무
생태 연못은 종댕이 오솔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치유와 건강의 숲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조성한 인공 연못이다. 생태 연못 주위에 정자와 화장실이 있다
삼형제나무는 한 뿌리에서 세 줄기가 뻗은 독특한 모습이다. 참나무가 대부분 줄기를 한 개나 두 개 내는 것과 달리, 세 줄기가 사이좋게 뻗어 삼형제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삼형제나무는 생태 연못에서 200m 지난 지점에 있다
종댕이고개&모자나무
팔각정 못미처 만나는 종댕이고개는 한 번 넘을 때마다 건강 수명이 한 달씩 늘어난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입구에 세워놓은 천하대 장군과 지하여장군의 험상궂은 표정과 달리 고갯길은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오르기 편하다.
높이가 낮고 경사도 완만해 몇 번이고 욕심을 부려볼 만하다. 종댕이고개 너머 모자나무가 있다. 한 뿌리에서 나온 두 줄기가 1m 높이에서 맞닿아 둥근 공간을 만든 모습이 아이를 잉태한 여인을 닮아 모자나무라고 불린다.
지네들의 돌집&쉼터
심항산이 기대있는 계명산은 예부터 지네가 많아 계족산이라 불렸다. 지금도 심항산 곳곳에 지네가 사는 돌집이 많다. 정말 지네가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돌집 사이로 손을 넣는 것은 금물이다.
지네들의 돌집 바로 앞에 시골집 원두막을 연상케 하는 쉼터가 있다. 숲 속에 다소곳이 자리해 짙은 그늘이 드리운 이곳은 종댕이 길의 대표 쉼터다.
이곳에서는 시원한 바닥에 누워 한숨 자기 좋다. 가끔 잔잔한 물살을 가르는 모터보트의 짜릿한 질주를 감상하는 호사는 보너스다.
제2조망대
종댕이길 제2조망대는 충주호를 가장 가깝고 넓게 볼 수 있는 곳이다. 탁 트인 호수의 장관을 만끽하며 가슴을 펴고 따뜻한 햇볕과 신선한 공기를 즐겨보자.
제2조망대를 ‘가슴을 펴라 전망대’라고 부르는 이유다. 조망대 중앙에는 충주의 특산물 사과를 형상화한 캐릭터와 최종 진 시인의 〈마타리꽃–종댕이길에서〉를 새겨놓은 목판이 있다.
피톤치드 솔숲
종댕이길 서쪽을 지나다 보면 아늑한 장소에 빽빽이 들어선 소나무 군락을 만난다. 피톤치드 솔숲이라 부르는 곳이다. 소나무와 잔잔한 호수가 어우러진 경치가 아름다워 숲해설안내소에서 이곳까지 오가는 이들도 많다.
솔향기에 더해지는 피톤치드의 상쾌함도 이곳의 매력. 숲해설안 내소에서 피톤치드 솔숲까지 내리막길을 따라 700m 거리다.
소원바위 & 출렁다리
출렁다리 갈림길에 바위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섰다. 이름하여 소원바위. 바위에 붙여놓은 동전과 자그마한 돌탑이 그럴싸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소원바위에서 짧은 계단을 내려가면 종댕이길의 랜드마크인 출렁다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기념 사진은 필수. 100m 정도 충주호를 가로지르는데, 혼자 건너도 제법 출렁거려 걷는 재미가 있다.
계명산자연휴양림
1997년 개장한 계명산자연휴양림은 계명산 북동쪽 기슭에 들어앉았다. 종댕이길이 사실상 끝나는 상종마을에서 1km 거리도 안 돼 종댕이길을 걸은 뒤 하룻밤 묵어가기 좋다.
휴양림에는 숲속의집, 단체 숙소, 가족호텔 같은 숙박 시설과 족구장, 배구장, 정자, 전망대 등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췄다. 삼림욕장이 있어 가족, 친구와 함께 가볍게 산책을 즐기기도 좋다. 산책로를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충주호와 충주댐이 한눈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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