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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 美 여자대회 출전 ‘야구 천재소녀’ 박민서 (손녀)

박연서원 2019. 9. 3. 11:23

박민서 “실수하면 격려의 하이파이브… 즐기는 야구 제대로 배웠죠”

강홍구 기자 입력 2019-08-24 03:00수정 2019-08-24 03:00

 

아시아 최초 美 여자대회 출전 ‘야구 천재소녀’ 박민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미국 최대 여자야구대회 ‘내셔널 걸스 베이스볼 토너먼트’에 출전한 박민서 양이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스튜디오에서 스윙을 해보였다. 대회 때 사용한 뉴욕 원더스 유니폼을 입었다. 배트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달고 저속 촬영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야구를 하는 여자 선수들이 얼마나 많던지. 글러브를 낀 남자애들이 특이해 보일 정도였다니까요. 하하.” 

2016년, 초등학교 6학년 때 홈런을 치면서 한국 리틀야구 여자선수 최연소 홈런의 주인공이 된 박민서 양(15·행당중 3). 야구팬들에게 ‘야구 천재소녀’로 불리는 박 양이 최근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이달 초 마무리된 미국 최대 여자 야구대회 ‘내셔널 걸스 베이스볼 토너먼트’에 아시아 선수 최초로 초청받아 출전한 것. 미국 일리노이주 록퍼드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는 매년 350명 이상의 여자 선수가 참가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박 양을 만났다.


○ “남들 때문에 꿈을 놓지 마” 

박 양의 출전은 2년 전 국내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미국대표팀 감독으로 참가했던 저스틴 시걸(44)이 초대장을 보내면서 성사됐다. 시걸은 메이저리그(MLB) 사상 첫 여성 코치를 지낸 여자 야구계의 ‘전설’이다. 2015년 오클랜드 산하 교육리그 코치를 맡았다. 시걸은 이 대회를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베이스볼 포 올’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늘 남학생들 사이에서 야구를 해야만 했던 박 양에게 이번 대회 출전은 색다른 경험이 됐다.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야구를 했다는 것도 특별했다. 박 양은 “사실 남자애들과의 경기보다 쉬울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여자 선수들의 열정과 실력이 만만치 않아서 놀랐다. 아쉬운 플레이가 나와도 지적하고 질책하기보다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 격려해 주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시걸 또한 박 양에게 “남들 때문에 꿈을 놓지 마라. 끝까지 도전하라”는 응원을 전했다.

이번 대회 15세 이하(U15) 부문 뉴욕 원더스 팀 소속으로 출전한 박 양은 1루수, 유격수를 주로 맡으며 팀의 5전 전승 우승에 일조했다. 13차례 타석에 들어서 안타 3개 포함 9번 출루했다. 평소 소속 팀에서 투수와 1루수를 맡는 박 양은 이번 대회에서 새로 유격수 포지션에 도전해 보기도 했다. 박 양은 “(그동안 하지 않던) 중계플레이 등을 하며 새로운 재미를 느꼈다. 더블 플레이도 성공해 기뻤다”고 말했다.

MLB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을 방문했던 것도 박 양에게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오클랜드 구장에서는 빌리 빈 오클랜드 부사장의 친필 메시지를 전달받기도 했다. 빈 부사장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의 실제 주인공. “야구에서 거둔 놀라운 성취를 축하한다. 행운을 빈다”는 내용이었다. 박 양은 “한국에서는 이기는 것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박 양은 2년 뒤에도 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국가대표에 도전한다.



○ 한국 첫 여자 프로선수 꿈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6년 성동구 리틀야구단 선수반에 들어가면서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박 양의 꿈은 국내 첫 여자 프로선수. 올해로 리틀야구 마지막 시즌을 맞는 박 양은 고교에 입학하면 여자 사회인 팀에서 실력을 키우다가 미국, 일본 유학 등을 거쳐 현재 전 세계 유일하게 여자 프로리그가 있는 일본에서 데뷔하겠다는 야무진 계획을 가지고 있다.

박 양은 시속 10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도 리틀 무대에서만 홈런 6개를 쳤을 만큼 투타 양면의 소질을 모두 갖췄다. 그러나 앞으로는 타격에만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아무래도 타자가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기 때문”이라고. 이 때문에 롤 모델도 일본의 ‘이도류’ 스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서 최근 거포 유격수 김하성(키움)으로 바꿨다. 이 밖에도 코디 벨린저(LA 다저스),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 등을 좋아한다. 

 

날마다 야구일지를 쓴다는 박 양은 선수 은퇴 후에도 야구해설가 또는 야구기자가 되고 싶다는 계획도 줄줄 읊었다. 그러면서도 “우선은 일본 프로무대에 데뷔하는 게 중요하다. 홈런도 가장 많이 치고 수비도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과제도 빼먹지 않았다.

인터뷰 막바지, 박 양에게 야구의 매력에 대해 묻자 “야구는 포기를 모르는 스포츠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어도 끝까지 경기 결과를 알 수 없는 게 큰 매력”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날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는 자신의 도전을 끝까지 지켜봐 달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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