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모차르트 / 바이올린 소나타 제21번, E 단조 Kv304

박연서원 2016. 6. 23. 15:32

Violin Sonata No.21 in E minor, K304

모차르트 / 바이올린 소나타 제21번, E 단조 Kv304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

 

Violin Sonata No.21, K304

Arthur Grumiaux, violin

Walter Klien, piano

 

Violin Sonata No.21, K304

Barnabás Kelemen, violin

Zoltán Kocsis, piano

 

Violin Sonata No.21, K304

Kyung-Wha Chung, violin

Kevin Kenner, piano

 

Violin Sonata No.21, K304

Nicola Benedetti, violin

Alexei Grynyuk, piano

 

Violin Sonata No.21, K304

I. Allegro moderato 0:00

II. Tempo di Minuetto 8:39

Oleg Kagan, violin

Sviatoslav Richter, piano

 

 

제1악장 Allegro

 

Arthur Grumiaux, violin

Clara Haskil, piano

 

Isaac Stern, violin

Yefim Bronfman, piano

 

Allegro 2/2. 피아노와 유니즌으로 인상적인 제1주제(악보 5)가 연주된다.

이 주제는 악장 전체를 통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제시부의 코데타나 전개부에는 물론 재현부의 코다 뒤에도 나타난다. 주제의 전반은 단순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사색하는 듯한 우울한 아름다움은 듣는 사람을 매혹케 하고야 만다. 이것과 대조적으로 스타카토로 연주되는 후반 동기는 때로는 유니즌으로 혹은 제2주제와 어우러지면서 나타나며 전체를 연결하여 가고 있다.

 

제2악장 Tempo Di Minuetto

 

Arthur Grumiaux, violin

Clara Haskil, piano

 

Isaac Stern, violin

Yefim Bronfman, piano

 

Tempo di menuett e단조 3/4. 빠른 템포로 시작되는 이 악장은 세도막 형식으로 제1부의 트릴이 많은 경쾌한 리듬은 단조의 어두움과 융화되어 아름답다. 중간부는 E장조로 바뀌어 무곡풍의 리듬이 폭넓고 느리게 흐른다. 제3부의 재현은 짧고 이것에 이어지는 긴 코다가 주제의 부분 동기를 집요하게 반복하면서 힘차게 끝난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듀엣 - 바이올린 소나타

 

모짜르트가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작곡한 소나타는 미완성 곡까지 포함해 37곡이다.(모짜르트의 작품인지 불확실한 로맨틱 소나타는 제외) 최초의 열 곡은 피아노 파트에 바이올린이 임의로 붙여진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런 류의 음악은 가정에서도 즐겨 연주되었고 더 넓은 구매층을 획득하려는 출판사의 의도와도 합치되는 것이었다.

네덜란드에서 작곡된 6곡의 바이올린 소나타에서는 쇼베르트 풍의 밝은 피아노 모션, 크리스챤 바하 풍의 선율 등 여러 선배들로부터 받은 영향이 직접 느껴진다.  그 이후로 갈수록 모짜르트는 바이올린의 역할을 서서히 크게 하고 있으며 두 악기의 밀접한 관련을 추진하고 대조와 융합의 조화를 더더욱 짙게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역시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전체적으로 보아 <바이올린의 오블리가토를 가진 피아노 소나타>의 경향이 강하다.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 수가 40곡 이상이나 되지만 거의 다 피아노 소나타에 바이올린 반주를 붙인 격의 것이다(물론 당시의 고전파 시대에는 <바이올린 반주를 동반한 피아노 소나타>가 일반적인 것이었지만). 그 중 특히 전반 22곡은 바이올린이 없이도 상관없을 정도이다. 그래서 오늘날 흔히 연주되는 것은 1777년(21세) 이후의 19곡뿐이다. 그러나 비록 피아노의 우위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바이올린의 긴 역사를 통해 모차르트만큼 바이올린 곡을 아름답게, 눈부시게 그리고 즐거운 해방감으로 넘치게 만들어 낸 사람도 별로 없다. 이 <바이올린 소나타집>에는 K. 301, 304, 376, 378의 4곡이 수록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K. 304(No 28 in E minor)는 모짜르트의 모든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중 유일한 단조의 작품이며, 프화르츠 선제후 칼 테오도르비(리아 엘리자베트)에게 헌정되었기 때문에 <만하임 소나타>라고 불리는 6곡(파리에서 출판, K. 301--306) 중 제4곡에 해당된다. 작곡 시기는 모차르트의 만하임-파리 여행에 동행한 어머니 마리아 안나가 이 프랑스의 도시에서 죽은 1778년 초여름이며, 그는 이 곡을 전후해서 피아노 소나타 중 첫 단조 작품(A단조, K. 310)도 작곡했다. 모짜르트가 이 작품들을 작곡한 동기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예감이나 낯선 땅에서의 고독감 때문이었는지 혹은 어머니에 대한 애도곡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멜랑콜릭한 A단조의 피아노 소나타 못지 않게 긴장된 정서 표현이 돋보인다.

 

제1악장 처음의 2개의 악기에 의한 유니즌으로 연주되는 구슬픈 가락의 주제며 2악장 템포 디 메누엣의 우수를 머금은 아름다운 메누엣 주제, 중간부의 투명하고 고요한 선율을 듣고 있으면, 언뜻 그 커다란 눈망울 가득 고인 눈물이 금세라도 뚝뚝 떨어질 듯한, 소년의 애잔한 모습이 연상된다. 특히 이 모차르트의 <소나타집>은 당대 최고의 두 연주가의 혼연일체가 된 명연주로 길이 연사에 남을 명반으로 손꼽힌다. 이 레코드에서는 클라라 하스킬의 따뜻하고 유연하며 또 음악적으로 순도 높은 피아노가 표현의 주도권을 쥐고 2중주를 진행시키며 아르투르 그뤼미오는 그 아름다움과 풍만한 표정을 억제하면서 하스킬의 피아노에 맞추기 위해 청초하게 연주하기 때문에 다시없는 앙상블을 이룩하고 있다. K. 304는 이 둘이 연주한 레코드 중에서도 특히 뛰어난 명연으로 손꼽힌다 (이 두 사람의 연주로 K. 454, 526이 수록된 모노 녹음반이 Philips에서 나와 있는데 아직 국내에는 없다).

 

 

건반악기와 바이올린을 대등한 위치에 놓기 위한 노력

 

바이올린 소나타 장르는 앙시엥 레짐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한 음악 장르로 발전해 나갔다. 왜냐하면 이 장르는 상류계층에 속해 있는 젊은 귀족 여성들이 하프시코드나 포르테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 레슨을 위해 자주 활용한 장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들을 가르치는 신사적인 바이올리니스트들은 레슨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서도 귀족의 후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이올린 소나타 장르는 이러한 사회-문화적 상황을 바탕으로 딜레탕트 음악문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18세기 무렵에 반주를 수반하는 소나타 장르는 지금과 달리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18세기 후반에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소나타 연주에 있어 보조적인 역할만 담당하고 있었고, 주력이 아닌 반주악기로서의 역할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바이올린 본래의 모습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18세기 사람들은 이 악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 음악적 호소력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무심했다. 그러나 미개발 상태로 놓아두기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가 지닌 가능성은 엄청난 것이었다. 이 점을 간파한 모차르트를 비롯한 동시대의 음악가들은 소나타라는 음악 장르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 점진적인 변화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1760년대부터 작곡된 반주를 수반한 소나타 작품들을 살펴보면, 음악에 관련된 모든 논쟁들이 바이올린이 아닌 건반악기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바이올린은 음률의 조화만을 유지하며 반주의 음형을 첨가했고, 더 나아가 3도 내지는 6도 아래의 선율을 반주하거나(심지어 단순하게 한 옥타브 아래의 선율), 포르테 악절의 건반 연주를 보강하는 역할만 했다. 극히 드물게 바이올린 연주자가 멜로디의 한 도막을 연주하거나, 건반악기 연주자의 오른손 연주와 함께 음악적 대화를 시도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러나 1780년 후반부터 딜레탕트 음악시장의 요구로 인하여, 몇몇 작곡가들이 이 두 악기들을 좀 더 대등한 관계에 놓은 통합적 소나타 스타일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이 대등한 관계란 바이올린과 건반악기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듯이, 각 악기들에게 다른 특성과 의미,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바이올린이 소나타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원동력으로 인정될 수 있었고, 건반악기가 오히려 보조나 보강의 역할을 맡는 진정한 바이올린 소나타의 시대는 19세기 낭만주의 비르투오소 시대에 접어들어서야 등장했다. 모차르트는 시대에 앞서 바이올린 소나타 장르에 선구적인 발전을 이루어냈다. 이러한 사실은 모차르트가 비엔나 체류시 특별한 바이올린 비르투오소를 염두에 두고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K.454]에서 각 악기가 맡고 있는 역할의 균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바이올린을 주도적 악기로 활용하려는 모차르트의 창의적인 실험은 [바이올린 소나타 K.526]에서 더 적극적으로 구현되었고, 한 세기가 지난 후 세자르 프랑크나 브람스가 작곡했던 바이올린 소나타들의 단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