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폐렴 알아야 이긴다

박연서원 2012. 9. 3. 13:46

[폐렴 알아야 이긴다]<1> 산소결핍 초래하는 폐 염증

기사입력 2012-08-20 03:00:00 기사수정 2012-08-20 03:58:25

 

사망원인 6위 폐렴, 감기로 위장해 허약한 노인 노린다

 

《 폐렴을 오래된 소설 속의 여주인공이 앓던 질병 정도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생각보다 무서운 질병이다. 통계청의 사망원인 통계연보에 따르면 폐렴으로 2010년에 10만 명당 14.9명이 숨졌다. 전체 사망원인 중 6위. 지난해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는 27만5000명으로, 2010년(22만 명)보다 24%나 늘었다. 때로는 죽음을 부르는 폐렴. 정확한 예방 및 치료법을 대한개원의협의회와 함께 2회에 걸쳐 모색한다. 》

 

폐렴은 공기 중 어디나 떠다닌다. 기침이나 가래가 2주 이상 계속되거나

가슴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숨쉬기가 어렵다면 폐렴인지 확인해야 한다. 동아일보DB

 

김대중 전 대통령, 앙드레 김, 코미디언 백남봉과 배삼룡…. 암이나 만성질환을 앓던 인사들이다. 그러나 직접적인 사망 원인은 폐렴이었다. 신종인플루엔자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례가 속출했을 때도 상당수 희생자는 폐렴으로 숨졌다.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와 같은 미생물에 감염돼 폐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젊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안 된다. 컨디션이 좀 안 좋아졌다가도 금세 회복된다. 만성질환에 시달리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이 폐렴균이 치명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폐렴에 걸렸을 때, 공기가 몸 안에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다는 점. 폐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인공호흡기를 써도 몸에 흡수되는 산소는 평소의 20∼30%에 불과하다. 산소 부족으로 호흡곤란이 일어나는 이유다. 뇌에 산소가 부족해져 결국에는 사망한다.



암 환자나 만성질환자가 폐렴에 걸리면 원래 앓던 병이 아니라 폐렴으로 숨진다는 말이다. 폐렴균은 항상 공기 중에 떠다닌다. 매복해 있다가 몸이 약한 사람을 집중 공략한다.

○ 가벼운 감기가 아니다

폐렴에 걸리면 가래와 기침이 나타난다. 이어 호흡이 어려워진다. 이를 방치하면 가슴에 통증이 생기고 피 섞인 가래가 나온다. 상당수는 감기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적당히 약 먹고 쉬면 낫는다고 생각한다. 오판이다.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치고 증상이 심각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세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몸이 떨리고 두통이 생기고 열이 오르는 점은 일반 감기와 비슷하다. 감기약을 먹는데도 기침이 2주 이상 계속되고 숨쉴 때 휘파람이나 피리 부는 것처럼 ‘쌕쌕’ 하는 소리가 들리면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잠을 자다 숨이 차 깰 정도라면 상태가 심각해졌다는 뜻이다.

폐렴은 세균 감염으로 인한 국내 사망원인 1위다. 65세 이상은 특히 위험하다. 노화로 폐의 기능과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를 틈타 바이러스나 세균이 쉽게 침투한다. 이 균은 평소에 몸 안에 머물러 있다 다른 질병으로 쇠약해지면 폐렴을 일으킨다.

젊은 사람은 약물과 휴식만으로도 치료되지만 노인은 다르다. 80% 이상이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한다. 입원 기간도 15일에서 길게는 30일까지로 젊은층보다 두 배나 길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던 환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이 있는 만성질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 폐렴구균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항생제 내성환자가 문제

폐렴은 세균성과 바이러스성으로 구분한다. 세균성은 폐렴구균·포도상구균이 주요 원인이다. 바이러스성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라이노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폐렴구균으로 인한 감염이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잘 치료하려면 적절하고 신속하게 항생제를 써야 한다. 중증 폐렴으로 진행된 환자의 경우 사망률이 35∼50%나 될 만큼 치명적이다. 문제는 국내 환자 중에는 항생제를 많이 복용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종률 보험이사는 “폐렴을 막으려면 건강한 신체로 방어막을 탄탄하게 해 둬야 한다. 균형 있는 식단을 유지하고 운동을 조금씩이라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금연이 가장 중요하다. 폐렴과 흡연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균을 옮기는 손도 항상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대한감염학회는 “65세 이상 모든 성인, 만성질환자, 흡연자는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2010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폐렴구균 예방 접종률은 1% 안팎이었다. 미국 등 선진국이 60%라는 점과 비교해 보면 매우 낮은 수치다. 김 회장은 “폐렴구균성 폐렴을 일으키는 균주는 매우 다양하므로 가급적 많은 균주가 포함된 백신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폐렴 알아야 이긴다]<2> 예방접종 어떻게 하나

기사입력 2012-08-27 03:00:00 기사수정 2012-08-28 18:09:24

 

65세이상 인구 독감 예방접종률은 80%… 폐렴 접종은 1%
독감-폐렴 함께 접종해야 환절기 든든

폐렴을 예방하려면 미리 백신을 접종하는 게 좋다.

김일중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이 여성 환자에게 예방접종

주사를 놓으며 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제공

 

폐렴구균은 평소에도 공기 중에 떠돌아다닌다. 코와 목에도 사는 흔한 세균이다. 건강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고혈압 당뇨병을 앓는 노인에게는 치명적이다.

폐 기능이 약해진 노인이 폐렴에 걸리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만성질환자도 마찬가지다. 당뇨병 환자는 혈액 속의 혈당 수치가 높아진 상태. 이 경우 세균과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 백혈구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환절기가 되면 면역력은 더욱 떨어진다. 예를 들어 독감에 걸려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가 있다고 치자. 폐렴균은 이때를 틈타 신체 여러 부위로 침투한다. 폐렴이나 중이염, 수막염이 생길 수 있다.

○ 만성질환자와 고령자, 폐렴 예방접종 꼭 해야

대한개원의협의회 김일중 회장은 “심장질환, 폐질환, 당뇨병, 천식 등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65세 이상 노인도 폐렴을 일으키는 폐렴구균 예방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65세 이상 인구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80%에 이르지만 정작 중요한 폐렴구균 예방접종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독감과 폐렴구균 백신을 함께 맞아도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독감이 오면 폐 점막에 상처가 난다.

상처 난 폐에는 세균이 번식하기 쉽다. 이런 폐일수록 감염에 쉽게 노출된다. 독감 백신을 맞으면 폐렴으로 가는 길목에 한 겹의 차단막을 더 두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균의 침투경로를 막음으로써 감염률을 낮추는 셈이다.

이재갑 한림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만성 폐질환을 앓는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두 예방접종을 동시에 했을 때 그러지 않은 환자보다 폐렴으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위험이 각각 63%, 81%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독감 백신은 그해 유행하는 바이러스에 따라 매년 접종해야 한다. 폐렴구균 백신은 65세 이상에선 평생에 한 번만 맞으면 되고 그 이하의 나이에선 5년 뒤에 한 번 더 맞으면 된다.

○ “균주 수 많은 백신이 좋아”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 균은 90여 종에 이른다. 이 중에서 특히 사람에게만 감염을 잘 일으키는 균이 있다. 따라서 백신에 대해 알고 접종하는 게 좋다. 아이가 접종할지, 노인이 접종할지도 고려할 대상이다. 연령대별로 폐렴을 유발하는 균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접종할 백신도 달라질 수 있다.

김 회장은 “전문가와 상담하는 게 좋다. 해당 백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접종돼 왔는지, 비용 대비 효과는 어떤지, 안전한지를 따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백신을 선택하는 또 다른 기준으로 백신이 함유한 균주(혈청형) 수를 제시했다. 김 회장은 “균주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폐렴균에 대비할 수 있으므로 균주 수가 많은 백신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23개의 균주가 들어있는 백신(뉴모23)까지 출시돼 있다.

폐렴은 초기 증상이 단순 감기와 비슷하다. 코 막힘과 식욕 감소, 고열이 초기 증상이다. 증상이 매일 심해진다고 느끼면 병원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예방을 위해선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수시로 손을 씻도록 한다. 손을 씻을 때에는 비누를 칠한 뒤 최소한 30초 이상 구석구석 문지르며 씻어야 한다. 창문을 자주 열어 환기하는 것도 좋다.

또 기초체력을 탄탄하게 해 놓아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있는 영양섭취, 규칙적인 운동은 기본이다. 운동은 기온이 떨어지는 새벽시간을 피하고 낮 시간에 하루 30분 정도 걷는 것이 좋다. 하루 술을 먹으면 3, 4일간 휴식을 취해야 한다.

샤워나 목욕 후 체온 유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노인이나 소아의 경우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므로 목욕 10분 전에 미리 온도를 높여주고 목욕 후 물기를 빨리 닦아내야 한다.<끝>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