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소리 없이 온몸 갉아먹는 풍치 예방법

박연서원 2011. 2. 16. 10:58

소리 없이 온몸 갉아먹는 풍치 양치·스케일링 예방이 최선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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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이후 치아
가 빠지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잇몸질환(치주질환) 즉 풍치(風齒)다. 잇몸질환은 치아 주변의 잇몸과 치주인대, 치조골 등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아 주위 조직이 바람 든 것처럼 붓고 피가 난다고 해서 풍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한 해 동안 풍치로 치과를 찾는 사람이 700만명에 이른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풍치 유병률은 73.9%이며, 이 가운데 30대 이상이 77.1%에 이른다. 특히 40세 이상 성인 가운데 13%는 치조골이 파괴돼 뼈 이식 후 임플란트를 해야 완치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다. 중년 건강을 갉아먹는 풍치를 어떻게 막을까?

양치 소홀과 노화가 원인

풍치를 일으키는 주 원인은 치태(齒苔)와 치석(齒石)이다. 치태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모여 치아 표면에 만들어진 플라크(plaque)를 말한다. 치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딱딱해져 칫솔질로도 제거되지 않는 치석으로 변한다. 치석에는 1㎣당 1억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다. 엄청나게 증식된 세균 중 일부가 치주 조직에 염증을 일으키고 치아를 감싼 뼈를 녹여 이를 빠지게 한다. 풍치가 어른에게 잘 생기는 것은 나이가 들면서 잇몸에도 노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침 분비가 줄어들면서 수분이 적어진 치아가 쉽게 깨지고 마모될 수 있다.
임신도 풍치를 일으킨다. 박준봉 강동경희대병원 치주과 교수는 "임신으로 여성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서 잇몸이 얇아지는 반면 혈액공급이 많아져 잇몸 출혈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만일 임신 중에 풍치가 생긴다면 임신 2기(4~6개월) 이전에 치료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신부에게 풍치가 생기면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 위험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벤실베이니아대 치대에서 풍치가 있는 임신부 36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신 35주 전에 풍치 치료를 받은 임신부가 그렇지 않은 임신부보다 조산 위험이 83%나 줄었다.

풍치는 또한 온 몸을 위협한다. 미국치과의사협회는 풍치가 전신 질환의 원인이 되거나 악화시킨다고 경고하고 있다. 풍치를 유발하는 세균이 잇몸 속 혈관으로 침투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심장병이나 심장혈관계 질환, 폐질환, 췌장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미국당뇨병학회는 풍치를 앓는 사람은 당뇨병에 잘 걸리며, 당뇨병이 있어도 풍치가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초기엔 스케일링만으로 완치 가능

아이들에게 흔히 생기는 충치는 초기에 치료하면 정상 치아와 다름없이 사용할 수 있다. 썩은 부위만 긁어내고 때워주면 되므로 치료도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든다. 충치는 치아가 썩은 부위만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플란트 시술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해도 인공치아 한 대만 심으면 해결된다.

그러나 풍치에 걸리면 치아 한 개를 뽑고 인공치아 한 대만 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정 치아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변 치아에도 문제를 일으켜 '공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가 풍치로 치조골이 절반쯤 녹아 내리기 전까지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박태용 포샤르치과 원장은 "치과 의사들이 풍치가 없더라도 30대 이후엔 6개월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치과를 찾아 구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권장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라며 "염증이 잇몸에만 국한된 초기에 발견된 풍치는 스케일링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연과 스트레스 조절 중요

풍치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치태의 치석화를 촉진하는 흡연을 삼가고, 잇몸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당뇨병이나 영양부족 등의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사탕이나 초콜릿, 탄산음료 등 당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이나 떡, 비스킷, 케이크 등 치아에 잘 들러붙는 끈끈한 음식도 치태와 치석을 만들기 쉬우므로 먹는 횟수를 가급적 줄이고, 섭취 후에는 즉시 이를 닦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이지영 강남이지치과 원장은 "식사 후 칫솔질을 하기 힘들다면 맹물이라도 입 안의 당분기를 헹궈내야 풍치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