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국물이 끝내주네 '졸복국'
오~ 색깔부터 군침 '양념장 생선구이'
캬~ 7차까지 안주 퍼레이드 '통영다찌'
사실 통영에서만 맛볼 수 있던 별미는 이제 더이상 고유명사가 아니다. 우동과 자장을 함께 주는 우짜, 이름 예쁜 오미사꿀빵, 새벽장터의 시락(시래기)국밥, 중앙시장의 충무김밥집들은 이제 전국에서 온 여행객으로 늘 만원이다. 따라서 이번 통영기행은 정면승부. '연안어업의 모항(母港)'을 자처하는 통영에서, 해산물과 생선으로 승부하는 전통의 맛집을 골랐다. 통영 토박이의 추천과 가격대비 만족도, 그리고 조선일보 주말매거진 팀의 평가로 엄선한, 통영 맛집 3선이다.- ▲ 만성복집 안주인 이강래씨.
아침 제안―만성복집의 졸복국
서호시장 뒷골목의 만성복집은 졸복을 쓴다. '자산어보'에서 소돈(小 魚+屯)으로 불린 졸복은 말 그대로 자그마한 복어. 계란처럼 볼록하지만 기껏해야 어른 손가락 길이다. 기호와 취향에 따라 버거울 수도 있겠지만, 통째로 뼈째 씹어먹을 것을 추천한다. 복지리 한 그릇(9000원)에 졸복 예닐곱 마리가 다소곳하게 누워 있다. 이 집 단골인 통영 출신 시인 이진우는 "복어살로만 따진다면 갓 잡아 끓인 졸복살만큼 맛있는 게 없다"고 했다. 그 명제가 '참'이라는데 강력히 한 표. 졸복의 쫄깃한 살뿐만 아니라 기막히게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서호시장의 오래된 복국집인 호동식당과 분소식당도 여전히 맛나지만, 만성복집 복국이 더 시원하고 담백하다는 데 주말매거진팀이 동의했다.
- ▲ 졸복국
시집오자마자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대를 이어 며느리 이강래(44)씨가 20년째 졸복의 배를 가르고 육수를 끓이고 있다. 식당 앞에 자세 잡고 앉아 졸복 내장과 독을 긁어내던 안주인은 "졸복 두 박스를 집어넣고 끓여 육수를 낸다. 멸치도, 가다랑이포도, 다시마도,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그래야 복 자체의 맛이 산다"고 했다.
밑반찬을 놓치면 이 집 복국 맛의 절반만 즐기는 것이다. 제철 생선회가 늘 따라나오는데 이날은 병어회였다. 그러나 그보다는 함께 나온 꼴뚜기젓, 멸치젓, 두릅무침이 하나같이 밥도둑이다(찬은 그날 형편 따라 바뀐다). 깍두기도 복국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복과 야채를 좀 더 많이 넣어 냄비에 끓이는 복매운탕은 1인분 1만1000원(2인분부터. 일요일은 주문불가). 연중무휴. 새벽 5시부터 저녁 6시까지. (055)645-2140
- ▲ 양념장 생선구이
점심 제안―명촌 식당의 양념장 생선구이
김성문 사장(55)이 15년째 이 집 그릴을 지키고 있다. 통영의 새벽시장인 서호시장에서 그날 물좋은 놈들을 가져오면, 김 사장이 하루 종일 굽는다. 2인분을 시키니 이날은 전어, 전갱이, 가자미, 볼락, 고등어, 장어가 올랐다. 메뉴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오직 생선구이 정식(6000원) 하나뿐이니까. 자리에 앉으면 사람 수대로 가져온다. 속초의 '88생선구이'처럼 생선 그 자체의 맛으로 승부하는 직화구이 생선구이집과 달리, 명촌식당의 생선구이는 양념장을 얹는다. 김 사장은 "고향 산양면 촌에서 자랄 때 우리 집에서 먹던 그 양념장"이라고 했다. 기름기가 없는 담백한 생선과 연둣빛 쪽파 썰어넣은 양념장의 조화가 아름답다. 장어는 고추장 양념을 찍어 먹을 것. 밑반찬으로 나온 멸치회무침도 일품이다. 그러고 보니 이름난 통영 봄멸의 막바지철이다. 여객선터미널 항남파출소 맞은편. (055)641-2280
- ▲ 통영다찌
저녁 제안―통영다찌, 토담실비
통영 다찌에 대한 갑론을박이 많아지고 있다.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불만이 속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어 다찌노미(서서 먹는 술집) 등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통영다찌를 가장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은 '해산물 실비집'이다. 술값 일정액을 내면 해산물 안주를 차곡차곡 차려주고, 술 한 병당 얼마씩 추가하면 또 다른 안주를 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통영다찌가 외부에 널리 소개되면서 외지 여행객들은 생각보다 비싸다고 투덜거렸고, 다찌 주인들은 우리도 흙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닌데 외지 사람들이 술은 안 먹고 안주만 바란다고 투정하기 시작했다. 타협안으로 요즘 통영에서 유행인 곳은 반다찌. 대략 한 상 3만원으로 저렴하지만, 안주가 절반 이하라는 단점이 있다.
이런 와중에 요즘 통영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전통 다찌집은 무전동 토담 실비다. 대구 출신으로 통영에서 23년째 살고있는 문화관광해설사 김영국(62)씨는 "제대로"라고 했다. 약간은 변형된 형태. 사람 숫자에 상관없이 일정액이 아니라 일인당 2만5000원을 받는다. 두 명일 때는 소주 3병(맥주로는 5병), 세 명일 때는 소주 5병(맥주로는 8병)에서 시작한다. 이날은 세 명이 가서 소주와 맥주를 섞어달라 청했더니 소주 3병, 맥주 3병을 내왔다. 얼음이 가득 들어있는 푸른 양동이에 술병을 담았다. 술안주로는 삶은 털게, 초록빛 어린 고둥, 생마와 김, 밤과 토마토, 전, 싱싱한 봄마늘대가 우선 기본 세팅. 2차로 내장 맛 진한 꼴뚜기 통찜, 3차로 멍게 해삼 개불 고둥 담은 해산물 접시와 고소한 봄멸 조림 접시가 따라나왔다. 그 고소함에 반해 또 한 잔. 이후 4차로 장어 도다리 감성돔 회접시, 5차로 피조개, 6차로 전갱이 구이, 7차로 아귀찜을 순서대로 가져왔다. 이때쯤 대략 술이 동나 소주 한 병을 추가로 시켰더니 낙지 한 접시를 또 가져온다. 해물이 푸짐하긴 하지만, "정말 기막히다"할 정도의 인상적인 요리가 없었던 것도 희한한 일이다. 옆 자리 통영 토박이 손님이 농담을 던지며 술 한 잔을 권한다. 통영의 밤이 취해간다. (055)646-1617.
◆활어회 저렴하게 즐기는 법!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의 활어횟집에서 횟감을 끊은 뒤 강구안 문화마당에 자리 펴놓고 밤바다를 보며 낭만을 즐기는 방식이다. 중앙시장 거창아지매집 안주인 윤춘희(50)씨는 적당한 크기의 참돔, 숭어, 우럭, 광어 4마리를 한 뜰채에 넣어 3만원을 불렀다. 거창아지매 앞 집인 수은상회(055-645-6245)는 초장집. 노변에서 먹기가 불편하다면 시장 내 초장집에서 1인당 3000원의 초장값을 내고 상을 받는다. 매운탕 5000원, 공깃밥 1000원 추가. 시장에 이런 집들이 십여군데 이상 밀집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