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음악감상실

벨리니 / 오페라 '몽유병 여인'

박연서원 2014. 10. 23. 23:14

Opera 'La Sonnambula'

벨리니 / 오페라 '몽유병 여인'

Vincenzo Bellini 1801-1835

대본 : 펠리체 로마니

때 : 19세기 초

곳 : 스위스의 어떤 마을

초연 : 1831. 3. 6. 밀라노의 카르카노 극장

 

등장인물 :

아미나 Amina : 마을의 아름다운 처녀 (S, 나탈리 드세이 Natalie Dessay)

엘비노 Elvino : 아미나의 애인이며, 부유한 지주인 청년 (T,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 Juan Diego Florez)

테레사 Teresa : 아미나의 양모, 물방앗간의 여주인 (Ms, 제인 반넬 Jane Bunnell)

리자 Lisa : 작은 여주인 (S, 제니퍼 블랙 Jennifer Black)

로돌포 백작 Il Conte Rodolfo : 오랫만에 귀국한 영주 (Br, 미켈레 페르투시 Michele Pertusi)

알레시오 Alessio : 리자를 연모하는 젊은 농부 (Br, 제레미 게일런 Jeremy Galyon)

그밖에 동네 사람들

 

Complete Opera

Maria Callas: Amina

Nicola Monti: Elvino

Nicola Zaccaria: Il conte Rodolfo

Fiorenza Cossotto: Teresa

Mariella Angioletti: Lisa

Dino Mantovani: Alessio

Franco Ricciardi: Un notaro

Antonino Votto, cond.

Orchestra del Teatro alla Scala di Milano

Recorded 4 July, 1957, Koln, Germany

 

La Sonnambula / Die Wandlerin

Ana Durlovski: Amina

Luciano Botelho: Elvino

Enzo Capuano, Helene Schneiderman, Catriona Smith, Motti Kastón

Gabriele Ferro, cond.

Johannes Knecht , chorusmaster

Staatsorchester Stuttgart

Staatsopernchor Stuttgart

Recorded at Oper Stuttgart, June 2013

 


Overture

Gabriele Bellini, cond.
Eastern Netherlands Orchestra

Koor van de Nationale Reisopera Choir

 

제1막 스위스 어느 마을의 광장

막이 오르면 미모의 소녀 아미나와 농부 엘비노의 결혼식을 축하하는 합창이 흐른다. 그러나 엘비노에게 전부터 마음을 두고 있는 여인숙의 주인 리자만은 그들의 결혼을 기뻐하지 않는다. 한편 리자를 연모하는 알레시오는 옆에 서서 「아미나는 스위스 제일의 아름다운 꽃」이라고 부른다. 이때 아미나는 양어머니인 테레자의 인도를 받아 나타나는데, 「오늘은 내 생애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날로서 가슴이 뛴다」며 어머니와 일동의 호의에 감사하는 노래를 부른다. 그후 엘비노가 공증인 앞에서 약혼 서약서에 정식으로 서명하고, 아미나에게 약혼반지를 끼워주며 「성의의 결혼반지」라는 2중창을 노래한다.

 

◀몽유병 상태로 걸어 다니는 아미나

 

뒤이어 갑자기 남루한 군복을 입은 남자가 나타나더니 말에게 물과 먹이를 주고 주위를 둘러보며 아름다운 경치를 찬양한다. 그는 오랫 동안 고향을 떠났던 로돌포 백작으로, 자기의 성으로 가려다 날이 저물어 건너편 여관에서 밤을 지내려는 것이었다. 로돌포는 아미나의 아름다움을 보고 감탄한다. 해가 기울어지자 여러 아낙네들은 밤이 되면 유령이 나온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어두운 하늘에」를 부르며 퇴장한다. 로돌포 백작은 그같은 미신을 코웃음치면서 리자의 안내를 받아 그녀의 여관으로 간다. 아미나와 엘비노도 헤어져 집으로 가는데 로돌포가 아미나에게 아름답다고 친절한 인사를 던지자, 이것을 본 엘비노는 질투가 나 그녀를 책하나 곧 화해한다.

 

여관에서 자고 있는 아미나를 발견하고 격분하는 엘비노

 

제2막 로돌포가 투숙한 여관방

리자의 안내를 받은 백작은 여관에서 그녀에게서 희롱을 받는다. 그녀는 마을 사람들이 뒤늦게 그가 영주라는 것을 알고 인사를 드리러 온다고 이야기를 한 다음, 밖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므로 손수건을 자기도 모르게 떨어뜨린 채 별실로 도망가고 만다. 그러자 조금 후 그곳에 흰 잠옷을 입고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 유령이 나타나는데, 다름 아닌 몽유병 환자인 아미나였다. 백작은 이것으로 그녀가 마을 사람들이 말하는 미신적인 유령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같은 사실은 그녀의 약혼자를 비롯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으로, 그녀는 매일 밤 자기가 자던 방에서 나와 어정어정 마을을 돌아다니는 것이다. 그 방을 나오다 이 광경을 본 리자는 좋은 구실이 생겼다고 엘비노에게 고해 바치러 나간다. 얼마후 영주에게 인사를 드리러 온 마을 사람들은 아미나가 로돌포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며, 이때 달려온 엘비노도 그같은 모양을 보고 아연해진다. 불빛과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에 깨어난 아미나는 당황하며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변명하지만 엘비노는 귀담아 듣지 않으므로 그녀는 그만 기절하고 만다.

 

제3막 마을에서 성으로 통하는 골짜기

마을 사람들은 백작의 힘을 빌려 아미나가 약혼자와 화해를 하여 다시 행복하게 되도록 성으로 간다. 한편 엘비노는 아미나를 만나 「모두가 취소」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손에서 약혼반지를 빼앗고 파혼을 선언한다. 그러나 엘비노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아미나는 비통한 나머지 테레자의 가슴에 쓰러진다. 장면은 바뀌어 테레자의 물방앗간 부근이다. 젊은 종부 알레시오가 지나가면서 리자에게 자기가 열렬히 사모하고 있다는 속 마음을 토로하지만, 엘비노에게 야심이 있는 그녀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아미나를 의심한 엘비노는 자기를 좋아하는 리자에게 결혼해 줄 것을 요청하자 그녀는 기뻐한다.

 

그때 백작이 나타나 전날밤의 일들을 설명하고 그녀의 결백함과 몽유병 환자인 것을 엘비나에게 설명하나, 몽유병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는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그곳에 테레자가 와서 아미나가 잠들고 있으니 조용해달라고 한다. 그리고 리자의 손수건이 백작의 방에 있었다는 것을 증거로 하여 그녀의 경박한 마음을 설명한다. 그것을 본 엘비노는 리자와 결혼하는 것을 주저하며, 이 기회를 타 백작은 다시 아미나의 순결함을 증명한다.

 

바로 이때 멀리 보이는 물방앗간 다리 위로 등잔불을 손에 들고 흰 잠옷을 입은 아미나가 가까이 온다. 그녀는 꿈꾸는 듯이 거의 못쓰게 된 좁은 다리를 램프만 떨어뜨리고 안전하게 사람들 있는 곳까지 와서 정신없이 꿇어 앉아 엘비노를 위해 기도를 한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뻬앗아 간 약혼반지에 관한 일을 중얼거리며, 수일 전에 그에게서 받은 꽃을 가슴에서 꺼내어 꽃이 시드는 것을 탄식한다. 「믿을 수 없도다. 아름다운 꽃이 이렇게 빨리 시들리라고는...」하면서 기박한 자기의 운명을 서러워한다. 이 정경을 보고 있던 엘비노는 자기의 오해를 깨닫고 아미나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그녀 앞에 무릎을 꿇는다. 마을 사람들은 기뻐하면서 「아미나 만세」를 부르는데, 이 소리에 잠을 깬 그녀는 괴로움은 사라지고 기쁨이 찾아 왔다고 「 기쁨에 넘친 내 가슴」을 노래한다. 마을 사람들도 유령에 대한 의심이 없어지고, 두 사람의 결혼을 서두르는 화기애애한 가운데 막이 내린다.

 

Aria

 

'오 친애하는 여러분 Care compagne, e voi'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 Come per me sereno'

'반지를 받으세요 Prendi, l'anel ti dono'

'그리운 이 아름다운 나라 Vi ravviso, o luoghi ameni'

'조용한 숲속에서 Sgombra e la sacra selva'

'산들바람에서도 질투를 느낀다 Son geloso del zeffiro errante'

 

'모든 것은 끝나 버렸다. Tutto? sciolto!'

'아! 믿을 수 없어라 Ah!  Non credea mirerti'

'아! 최고로 즐겁다 Ah! Non giunge'

 

 

'오 친애하는 여러분 Care compagne, e voi'

Anna Netrebko, soprano 

 

'이 얼마나 화창한 날인가 Come per me sereno'

Amina - June Anderson

Alberto Ventura, cond.

Rome Opera, 1989

 

'반지를 받으세요 Prendi, l'anel ti dono'

Charles Castronovo, tenor

Ekaterina Siurina, soprano

La Sonnambula. Moscow, Russia 2006

 

'그리운 이 아름다운 나라 Vi ravviso, o luoghi ameni'

Elia Todisco, bass

Baltimore Opera Company

 

아! 믿을 수 없어라 (Ah! Non credea mirerti)

Anna Moffo, soprano

 

아! 최고로 즐겁다 (Ah! Non giunge, 피날레)

 

Ah! non credea mirarti...Ah! non giunge

Cecilia Bartoli, mezzo-soprano

 

Ah! non credea mirarti...Ah! non giunge uman pensiero

Sumi Jo, soprano

Paolo Olmi, cond.

Janacek Philharmonic Orchestra

2003, Seoul, South Korea

 

세리아와 부파 혼합한 ‘오페라 세미세리아’

오페라 세리아와 오페라 부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로시니의 <도둑까치>(La gazza ladra)가 ‘세미세리아’라는 장르 명칭을 갖게 된 뒤로 비슷한 스타일의 오페라들이 작곡되기 시작했다. 벨리니의 <몽유병 여인> 역시 진지한 내용의 ‘세리아’에 코믹한 ‘부파’ 요소를 섞은 작품이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는 점도 <도둑까치>와 비슷하다.

 

▶벨리니. 서른넷 젊디젊은 나이에 병으로 세상을 떴다.

 

벨리니는 원래 <몽유병 여인>이 아니라 빅토르 위고의 사극 <에르나니>를 오페라로 작곡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1830년에 도니체티가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 <안나 볼레나> 초연을 볼 수 있었다. 역시 대본가 펠리체 로마니의 탁월한 구성으로 <안나 볼레나>는 긴장감과 박진감이 넘치는 사극이 되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초연의 대성공은 당대 최고의 인기 벨칸토 가수였던 소프라노 주디타 파스타와 테너 조반니 루비니가 출연한 덕분이기도 했다. <안나 볼레나>는 1831년 런던 하이마켓 극장, 파리 이탈리아 극장, 또 드레스덴, 뉴욕,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카고에서도 엄청난 환호를 받았는데, 바로 이 성공을 지켜본 벨리니는 사극 오페라를 작곡할 용기를 잃었다고 한다. 도니체티만큼 잘 쓸 자신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외젠 스크리브의 보드빌 <몽유병 여인>이었다.

그러나 벨리니의 <몽유병 여인>은 다른 여러 벨칸토 오페라 작품들과 더불어 오랜 세월 인기를 잃고 묻혀 있었다. 이미 베르디와 푸치니의 드라마틱한 오페라에 익숙해진 관객들은 배경도 평범한 시골이고 인물들도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이 오페라를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1950년대부터 마리아 칼라스, 존 서덜랜드, 에디타 그루베로바 등 벨칸토 오페라의 고난도 콜로라투라 기교를 탁월하게 소화해낼 뿐 아니라 연기력까지 뛰어난 소프라노들이 아미나 역을 맡으면서 이 작품은 새롭게 생명력을 얻었다.

200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는 스위스 시골마을이라는 지나치게 평범한 배경이 극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떨어뜨린다는 종래의 비판을 염두에 두었다. 오페라 공연을 앞둔 리허설 상황을 극의 배경으로 삼아, 여주인공 아미나를 휴대전화를 든 현대의 오페라 가수로 바꾸어놓는 등 흥미로운 연출 아이디어들을 보여주었다.

 

Vincenzo Bellini 1801-1835

1801. 11. 3 시칠리아 카타니아~1835. 9. 23 프랑스 파리 근처 퓌토.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곡가.

 

감각적 표현력이 강한 독자적인 양식의 성악 선율을 만드는 데에 천부적 재능을 지녔다. 그는 바그너의 초기 작품을 포함한 그 이후의 오페라 작곡가들뿐만 아니라 쇼팽과 리스트 같은 기악음악 작곡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음악가 가문에서 태어난 벨리니는 오르간 연주자인 아버지가 입학시킨 나폴리 음악원에 재학중 첫번째 오페라를 작곡했다. 그후 벨리니는 영향력있는 오페라 흥행주의 후원을 얻어 그의 의뢰로 나폴리 오페라를 위해 〈비안카와 페르난도 Bianca e Fernando〉를 작곡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다른 작품들을 의뢰받았는데 특히 밀라노에 있는 라 스칼라 극장을 위해 작곡한 〈해적 Il pirata〉(1827)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아울러 당대 최고의 이탈리아 희극 작가인 펠리체 로마니를 대본작가로 쓰는 행운도 안았는데 이후 여섯 작품을 로마니와 공동으로 만들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을 개작한 〈카풀레티가와 몬테키 I Capuleti ed i Montecchi〉(1830)와 〈몽유병 여인 La sonnambula〉(1831)·〈노르마 Norma〉(1831)가 있다. '오페라 세미세리아'(심각한 내용이지만 행복하게 끝나는 오페라)에 속하는 〈몽유병 여인〉은 영국에서까지 큰 인기를 얻어 영어로 번역되어 공연되기도 했다. 고대의 갈리아 지방을 무대로 한 대표작 〈노르마〉는 초연이 실패했는데도 지속적인 성공을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1833년 런던에 잠시 머물렀던 벨리니는 파리로 가서 로시니의 영향을 받아 테아트르 이탈리엔 극장에서 오페라를 의뢰받고 〈청교도 I puritani di Scozia〉(1835)를 작곡했다. 이 작품은 부적절한 대본이 약점이긴 하지만 그의 작품 중 가장 야심적이고 아름다운 오페라이다. 벨리니의 명성은 전적으로 당대 명가수들의 창법에 의존한 것이었다. 개혁가가 아니었던 그는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이상과 동일했고 명료성, 형식과 멜로디의 우아함, 가사와 음악의 밀착된 결합을 추구했으며 인내를 가지고 당시 오페라의 폐단을 고쳐나갔다. 관현악단의 반주보다 가수의 노래를 더 중시해 가수의 목소리를 극적 표현의 주된 수단으로 삼았으나, 그의 화성은 동시대인이었던 도니체티에 비한다면 매우 획기적이었으며 서주와 간주에서 관현악의 처리는 형식적인 겉치레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러나 벨리니를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성악 선율의 독자적인 매력과 우아함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