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서원 2013. 9. 25. 20:29

[이종승의 여행 훈수③] 원주 백운산

[중앙일보] 입력 2013.09.25 18:14 / 수정 2013.09.25 18:16

시원한 물소리와 짙은 그늘
계곡 따라 걷는 '힐링 여행'

백운산 이끼계곡.

여행을 가고 싶은데 어디를 갈지 모르겠다고 하면 나는 일단 국립공원을 추천한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만큼 생태계 보존 상태가 가장 양호하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도 마찬가지며, 국립자연휴양림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는 나라, 그러니까 산림청에서 관리하는 자연휴양림이 37개나 있다. 이달에 소개하는 강원도 원주의 백운산도 국립자연휴양림이다. 2006년 말 지정됐다.

백운산은 충북 제천의 봉양과 강원도 원주를 잇는 산이다. 해발 1087m의 명산이기도 하다. 수십 년 전 처음 갔을 때는 양아치고개에서 올라 백운산 정상까지 등산을 했지만, 양아치고개가 너무 급경사여서 언제부턴가 발길이 뜸했다. 그러나 요즘 힐링 여행이 유행을 타면서 백운산을 떠올렸다. 오래전 걸었던 숲과 폭포, 이끼계곡의 풍광이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백운산은 특히 계곡이 좋다. 백운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계곡을 용수골(용소동)이라 하는데, 용의 전설을 간직한 대용소동 계곡과 소용소동 계곡을 따라 울창한 숲과 맑은 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있다. 계곡을 옆에 끼고 오르다 보면 걷는 내내 시원한 물소리가 귓가를 즐거이 울린다.
백운산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왼쪽).

백운산 자연휴양림에는 11㎞ 길이의 숲길이 조성돼 있다. 2007년 대한걷기연맹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정한 ‘건강 숲길’이다. 건강 숲길은 매표소를 지나 왼쪽으로 3.2km 길이의 임도를 따라 나 있다. 쉽게 말해 시멘트 길이다. 그러나 소용소동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울창한 나무 아래를 걷기 때문에 다른 시멘트 길보다 걷기에 좋다.

임도가 끝나면 기상관측소와 백운산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용소동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된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데 2시간이 채 넘지 않는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이끼가 낀 계곡을 만나곤 한다. 백운산에서도 자주 만난다. 나는 이끼가 끼어있는 작은 계곡을 좋아한다. 이끼는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은, 아직도 자연 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된 곳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종승 승우여행사 대표.

올해 칠순을 맞은 국내 최고령 여행 가이드.

40년 넘게 국내 여행만 고집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편안히 걷는 것이어서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부담이 없다. 시원한 물소리와 짙은 그늘 덕분에 내내 상쾌한 기분으로 걸을 수 있다. 그래서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힐링 여행에 어울린다. 한동안 발길을 끊었던 곳이지만, 요즘 부쩍 백운산을 자주 들르는 까닭이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원주에서 남쪽으로 10km 지점 백운산 줄기에 위치하며, 원주 시내에서 15분, 남원주 IC에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직 잘 알려지지 않는 힐링 여행의 적소가 숨어 있다. 10월, 11월 매주 토ㆍ일요일 출발. 4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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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승우여행사 대표